다가오는 5월이 되면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 우리나라를 직접 방문하시어 103위 시성식을 올린 지 만으로 6년이 된다. 우리는 이 시기에 한번쯤 그동안 얼마나 우리의 성인ㆍ성녀들을 가까이 했고, 공경심이 얼마나 깊어졌는가 반성해 보아야겠다.
시성식이 있기 전에 모두들 들떠 있었고 성인ㆍ성녀들에 대한 기도도 열심히 했다. 그러나 6년이 지난 지금엔 순교자들과 103위 성인ㆍ성녀들이 많이 잊혀지고 그분들에 대한 공경심을 많이 잃어가고 있는 것 같다.
얼마 전 부활절을 맞이하여 신영세자들의 세례명을 보니 전부가 외제(?) 세례명이었다. 그래서 외국 성인들의 세례명을 정한 이유를 물어보니 대개가 신부님ㆍ수녀님 또는 대부모님께서 권해서, 자신의 생일에 가까워서, 외국의 세례명이 예뻐서 등이었다. 세례명은 그 성인ㆍ성녀들이 행한 신앙을 본받고 올바른 그리스도인의 길을 가기 위한 노력의 표징이다. 이러한 사실을 기억해서 세례명을 정했으면 한다.
순교자들의 피와 땀과 얼로서 성장한 한국 교회는 신앙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이 사실을 새롭게 가르쳐 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래서 예비자 교리를 가르치는 교리교사나 수녀님, 그리고 신앙을 이끌어 주시는 대부모님께서 진짜 우리의 신앙의 꽃인 103위 성인ㆍ성녀들을 세례명으로 정할 수 있게 도와 주었으면 좋겠다.
그리하면 신영세자들도 우리의 역사 속에 함께 하는 성인 성녀이기에 더 반갑고 친숙해서 신앙의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다. 동시에 이러한 조그마한 일 하나 하나가 한국 교회의 토착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