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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복잡해지는 성 상품화의 진화

오혜민 기자
입력일 2009-07-28 수정일 2009-07-28 발행일 2009-08-02 제 2659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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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증부터 가학적 영역까지 남성 중심 시각적 쾌락 좇아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이창’(1954).
시대가 진화했지만 아직까지도 성 상품화는 ‘남성’보다 ‘여성’을 주 대상으로 지목한다. 상품화된 여성을 바라보는 응시의 주체가 주로 ‘남성’이었기 때문이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가 상품화한 ‘여성성’. 그 거대 담론은 대중매체를 통해 파급효과를 높였고 ‘성 상품화’의 전략은 지금도 교묘히 진화하고 있다.

성 상품화의 뿌리는 어디일까. ‘성 상품화’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래된 전형적인 여성의 누드화를 살펴보자. 피사체들은 주로 남성 관객이 바라본다는 전제 아래 포즈를 취한다. 여성의 누드 이미지는 남성 관객의 응시를 끌어들이는 미끼로 작용하며, 마치 남성 작가에 의해 소유되는 듯한 인상마저 준다.

‘보는 방법’(way of seeing)의 저자 존 버거는 이러한 이미지의 역사를 ‘행동하는 남성과 보여지는 여성’(men act, women appear)으로 이야기한다.

현대사회가 상품화하는 성 또한 대부분 이러한 이미지 관습들을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것이다. 오히려 문화와 역사, 사회성 등과 한데 얽혀 더욱 세분화되고 복잡다단한 양상을 띠고 있다.

1950~60년대 할리우드 영화를 보자. 당시 할리우드의 많은 영화들은 여성을 시각적 쾌락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남성적 응시’를 주제로 하고 있었다. 알프레드 히치콕의 ‘이창’(Rear Window)과 마이클 파웰의 ‘피핑 탐’(Peeping Tom) 등은 여성에 대한 남성적 응시를 나타내는 전형적 영화라는 평을 듣는다.

1975년 영화 연출가이자 비평가인 로라 멀비는 ‘시각적 쾌락과 내러티브 영화’라는 에세이를 통해 고전적 할리우드 영화 속의 이러한 여성의 이미지를 재조명하기도 했다.

이후 일부 예술가나 매체들은 응시의 대상에서 벗어난 ‘주체적인 여성’을 나타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보다 ‘여성에 대한 일방적 응시’와 그에 대한 상품화는 수용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여전히 각광받는 소재다.

1970년대 이후 광고는 급기야 여성의 신체를 다리, 입술, 가슴 등 물신화된 일부로 나타내기 시작한다. 전인적인 성격으로 이해되지 못한 채 신체의 나머지 부분에 떨어져 나온 부위들이 소비자에게 이상적인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더군다나 색 보정, 디지털 조작 등 고도화된 현대사회의 기술을 통해 그것을 완벽하고 자극적인 하나의 상품으로 탄생시킨다.

현대사회의 성 상품화는 이제 여성의 신체뿐 아니라 성에 대한 욕구를 자극시킬 수 있는 것이라면 어떤 것이든 대상으로 삼는다. 여성을 성적으로 과잉되게 그리거나 남성의 성을 대상화하는 것은 물론 동성애 등 변태적이고 가학적인 성의 영역까지 손을 대고 있는 것이다.

오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