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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이상화 교수 인터뷰

오혜민 기자
입력일 2009-07-28 수정일 2009-07-28 발행일 2009-08-02 제 2659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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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상품화는 곧 인격을 파는 것”
이윤창출 도구로 전락 않도록 의식 개선 위한 공감대 필요
이상화 교수는 성, 즉 인간의 몸이 이윤창출의 도구로 쓰일 때 자본주의의 원리에 따라 움직이고 조작될 뿐이라고 경고한다.
1980~90년대의 한국 사회는 그나마 순수했다.

쇼, 드라마, 스포츠, 광고 등에서 여성들이 노출을 하는 것이 성 상품화의 전부였다면, 1990년대 말을 기점으로 우리는 새로운 성 상품화의 패러다임에 놓여있다.

굳이 ‘야동’(야한 동영상)을 말하지 않더라도 공중파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자극적 성을 소재로 한 드라마, 고발프로그램을 빙자한 퇴폐오락프로그램까지 한국 사회의 성 상품화는 교묘하게 지능화 해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버젓이 통용되는 성 상품화의 문제는 무엇일까. 그것의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한 묘책은 없을까. 물음에 대한 제언을 듣기 위해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이상화(데오도라·45) 교수를 찾았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성 상품화에 자연스럽게 노출됐죠. 이제는 무엇이 성 상품화인지 아닌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사회 안에 세분화된 분야들과 접목해 성 상품화가 스며들고 있다고 봐야죠.”

이상화 교수는 ‘노래방 도우미’를 다룬 케이블 프로그램을 예로 들며 고발이 목적이라고 하지만 적나라한 장면을 보여줌으로써 오히려 ‘재학습’을 시키고 있는 형태의 성 상품화를 지적했다.

이 교수의 말대로 한국 사회 특히, 대중매체의 성 상품화는 나날이 고도화된 지능을 보여주고 있다. 외국의 문화를 체험한다는 목적 아래 여성의 알몸 위에 초밥을 놓고 먹는 일본의 ‘네이키드 스시’(naked sushi)를 방영했던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문화’라는 허울을 껍질로 삼았지만 핵심은 성 상품화였다.

그는 최근 새로운 매체로 급부상한 ‘온라인 게임’도 성 상품화의 문제를 안고 있다고 했다. 게임 캐릭터의 노출 문제는 물론 인간의 성적 욕구를 변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윤을 최우선으로 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 상품화’는 빼놓을 수 없는 소재 중 하나다. 자극적 소재를 다루는 만큼 성 상품화는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끌어 모은다. 그렇다면 ‘돈’을 보장해주는 ‘성 상품화’의 문제는 과연 무엇인가.

“성은 몸입니다. 성은 인격과 분리될 수 없어요. 심정과 정신, 육체가 함께 하나의 ‘전인’(全人)을 이루는 것이죠. 성을 나눈다는 행위는 내 존재의 근원적 나눔입니다. 하지만 성이 상품으로 취해지는 한 그것은 한계와 갈증을 낳을 수밖에 없지요.”

그는 ‘성 상품화’의 논리에 발맞추는 것은 결국 인간인 자신을 상품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의 논리대로라면, 굳이 성폭력 조장 등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성 상품화는 성의 순수한 본질과 목적성을 깼음은 물론 인격을 조각낸 것과 다름없다.

얼굴 없이 신체의 특정 부위만 편집해 보여주는 ‘성 상품화’ 현상과도 맥을 함께하는 부분이다.

“인간이 가진 인격이 사회가 만든 상품으로 전락할 때 우리는 ‘껍데기’가 됩니다. 몸이 이윤창출의 도구로 쓰이는 것은 막아야 하죠. 밀려드는 성 상품화에 대처하기 위해 우선 제작자들의 문제인식의 감수성, 기준 등이 마련돼야 합니다. 올바른 의식을 고취할 수 있는 공감대와 장치들도 필요할 것이고요.”

성, 즉 인간의 ‘몸’이 이윤창출의 도구로 쓰일 때, 성은 언제든지 사고팔 수 있는 것으로 생각되며 그것이 가진 친밀성의 공유, 기쁨과 행복 등의 의미는 사라진다. 다만 자본주의의 원리에 따라 움직이고 조작될 뿐이다.

“여성에게만 국한됐던 성 상품화는 현재 남성에게까지도 손을 뻗치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아동에게까지 가지 말란 법도 없지요. ‘부’라는 욕구 충족을 위해 성 상품화는 점점 가속화되고 자극적으로 변해갈 것입니다.”

‘성 상품화’는 단어 그대로 자신의 근원인 ‘성’을 물질을 위해 ‘상품화’해 거래하는 행위다. 이윤을 보장하기에 쉽게 차용할 수 있는 성의 상품화, 인간의 재화에 대한 집착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오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