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인은 50대 중반이라는 뒤늦은 나이에 시 공부를 시작했지만 시는 언제나 ‘삶의 첫 자리’였다.
“오 교수님께 ‘시창작반’ 수업을 매주 듣는 10여 년 동안 남편의 병원 입원과 가까운 친구 어머니 장례식 참석으로 딱 두 번 결석했습니다. 시는 언제나 제 삶의 최우선이었습니다.”
하지만 등단을 하고 보니 등단이 끝이 아니었다. 더 단단한 시인이 되려면 시집을 내야 했다. 무려 7년 6개월이나 걸려 첫 시집 「말에도 꽃이 핀다면」을 세상에 내놓았다.
“첫 시집을 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내 평생에 단 한 권의 시집을 내겠다고 결심하고 오래 숙성하고 익힌 시들을 모았습니다. 시집을 내고 보니 시를 써서 혼자 가지고 읽을 때, 문예지에 활자화됐을 때, 시들이 묶여 한 권의 시집으로 나왔을 때 매번 느낌이 전혀 달라집니다.”
한 시인은 첫 시집을 바라보며 가슴 떨리고 흥분하면서도 돌아가신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행복을 누리게 해 드리지 못한 것이 마음 아파 많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한 시인이 지향하는 시 세계는 ‘정통 서정시’다.
스승인 오 교수에게 ‘시류나 유행을 따라가지 말고 정직하게 자신만의 시를 쓰라’는 가르침을 받았다. ‘언어로 짜여진 그림’ 같은 시를 지향한다.
“제 손을 떠난 시는 독자들의 것입니다. 제 시는 그림이 그려지는 대로 읽으면 됩니다. 모르는 것을 아는 듯이, 더 멋있는 표현을 찾아 쓰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시입니다.”
한 시인은 ‘평생에 단 한 권인 시집’을 냈지만, 그의 시를 알아본 이들로부터 벌써부터 시집을 또 내라는 독촉과 권유를 받고 있다. “저도 욕심이 나면서 더 잘 써야 한다는 책임을 느낍니다. 시 한 편 한 편이 모두 제 자식 같습니다. 순산을 하기도 하고 미숙아를 낳기도 합니다. 그래서 시 쓰기가 어렵습니다.”
한 시인은 “문화의 꽃은 예술이고, 예술의 꽃은 문학이고, 문학의 꽃은 시라고 한다”며 “흔들리는 나뭇잎을 보고 바람이 지나간 길을 표현한 시, 사물에게 말을 걸고 사물의 말을 듣고 사물의 말을 대신 전해 주는 시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 한경옥 시인은…
1956년 충남 공주에서 태어났다.
시 전문지 「유심」 2013년 5월호를 통해 조오현·오세영 시인으로부터 ‘달밤’ 등 5편이 특별추천을 받아 시단에 나왔다.
50대 중반의 나이에 시인이 되겠다는 결심을 한 뒤 2014년 2월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 시인의 ‘정통 서정시’는 언론과 시단의 주목을 받아 「말에도 꽃이 핀다면」 수록작 중 ‘눈 내린 아침’이 동아일보(2021년 12월 25일자), ‘동행’이 세계일보(2021년 1월 4일자)에 게재됐다. 또한 한 시인은 지난해 11월 14일 KBS3라디오 ‘명사들의 책읽기’에 출연해 자신의 시들을 소개하기도 했다.
현재 한국시인협회, 한국가톨릭문인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