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지역을 밝히는 성당의 불

민경화
입력일 2025-01-14 11:53:14 수정일 2025-01-14 13:37:22 발행일 2025-01-19 제 3426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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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2일 서울대교구 우면동성당에는 신자가 아닌 주민들이 모였다. 우면동성당이 속해있는 서리풀 지구가 공공주택지구로 개발된다는 계획이 발표되면서 강제수용 위기에 놓인 주민들과 국회의원들이 만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간담회를 주최한 것은 주임 백운철 신부다. 서리풀 지구에 속한 식유촌 마을과 송동 마을에서 개발구역에 해당하는 가구는 70여 개. 작은 규모지만 집성촌인 이 마을은 40년 넘게 터를 지키며 살아온 주민이 대부분이었다. 이중 신자인 가구는 소수에 불과하지만 우면동본당은 본당에 속한 지역에서 생긴 문제, 특히 힘없고 소외된 주민들과 동행하고자 마음을 모은 것이다.

백운철 신부는 “이 문제는 우면동본당뿐 아니라 지역 전체의 문제이기에 본당공동체가 함께 힘을 모으는 것은 당연하다”며 “주민들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공정하지 못한 개발이 아닌 정의로운 방식으로 이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마을 초입에 있는 성당이지만 한 번도 문턱을 넘지 않았던 주민들은 이날 주님의 성전에서 신자들이 준비한 따뜻한 떡국을 먹으며 차가워진 마음을 녹였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주민은 “오랫동안 정을 두고 살았던 지역을 떠나야 한다는 말을 듣고 너무 당황스러웠고 더욱이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주는 곳이 없어 답답함이 컸다”며 “우면동성당에서 우리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주민들과 함께 해주겠다고 나서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고 말했다.

사람들과 이웃하고 있는 성당이 주변을 돌아보고 손을 내밀자, 세상에 복음의 가치가 더욱 짙게 새겨지고 있었다. 우리 성당의 불은 언제나 켜져 있을까?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