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교회 두 번째 청각장애 신부로 서품된 김동준 신부를 만났다. 첫 미사를 봉헌한 날이었는데, 마침 김 신부에게는 14년 전 사제성소를 결심하고 한 수도회에 입회한 날이었다. 그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사제가 되기로 결심한 후 10여 년, 그 세월 동안 겪었을 어려움은 농인이 아닌 사람의 입장에서는 가늠하기 힘들다. 부제품을 앞두고 수도회를 퇴회하는 어려움을 겪었던 김 신부는 당시 ‘사제가 될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좌절하기도 했단다. 교구로의 이적 방법을 찾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아 담담하게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던 중에 서울대교구로 이적이 가능하게 됐다. 기적에 가까운 낭보였다.
그의 서품은 한국교회 안에 장애인이나 장애인 사목에 대한 다양한 공론화의 장을 하나 더 열었다는 느낌이다. 현재 모 교구에 청각장애 신학생이 한 명 더 있는 상황에서, 장애인 사목 논의가 더 활발하게 펼쳐질 여지를 마련한 게 아닐까 싶다. 여기에는 서울대교구의 장애인 사목에 대한 의지와 결정이 큰 몫을 했다고 본다.
사회 전반적으로 장애인 인권에 대한 감수성은 아직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시노달리타스를 살아가고자 하는 교회 안에서도 미진한 모습은 마찬가지다. 그런 면에서 김 신부의 사제 서품은 교회 내외에 메아리처럼 어떤 울림으로 퍼져가는 듯하다.
인터뷰를 마치며 우리 각자에게 미치는 하느님의 동선을 생각했다. ‘성직자의 길을 선택으로 생각했지만, 하느님께서는 선택이라는 행위조차 당신 계획안에 두고 계셨음을 깨달았다’는 김 신부의 말을 듣고서다. 그를 통해 움직이시는 하느님의 궤도가 한국교회 장애인 사목에 어떤 경로를 그릴지 궁금하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