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아들이 함께하는 세상을 향한 고백’ 위암 투병 어머니의 자작시, 아들이 낭송하며 감동 전해
“내가 보살피던 아이가 이제 나를 보살피는구나. 고맙다. 이제 점점 잠자는 시간이 많아질 테지.”
객석에서 훌쩍이는 소리와 눈물 닦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시한부 엄마는 자작시를 낭송하는 아들의 목소리를 미소 지으며 경청했다.
조금 특별한 콘서트 ‘엄마와 아들이 함께하는 세상을 향한 고백’이 3월 27일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병원장 배시현 프란치스코 교수, 이하 병원) 로비에서 열렸다. 호스피스 환자 박지수(루치아) 씨의 첫째 아들 임현민(라파엘) 씨는 출판을 앞두고 있는 박 씨의 자작시 50여 편 중 <치유의 숲>을 낭송했다.
박 씨는 2019년 위암 선고를 받고 투병 생활을 하다가 한 달 전 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이하 센터)에 입원했다. 호스피스 환자의 소원을 들어주는 센터의 ‘심청이’ 코너를 통해 성사된 이번 콘서트에 박 씨는 자신이 직접 장만한 순백의 수의를 입고 등장했다.
통증 속에서도 시종일관 밝은 얼굴로 함께한 박 씨는 “센터는 천국으로 가는 디딤돌 역할을 하는 아주 귀한 자리”라며 “슬기롭게 여러 가지를 정리하면서 평화롭고 행복한 죽음을 맞이하고 싶은 분들께 센터가 가족과 본인을 되돌아볼 수 있는 매우 소중한 기회임을 알리고 싶다”고 전했다.
아울러 jtbc ‘팬텀싱어 4’에 출연한 뮤지컬 배우인 둘째 아들 임현준(미카엘) 씨는 어머니와 <여정>, <태양의 찬가> 등을 함께 불러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노래를 부르는 도중 눈물을 보이기도 한 임 씨는 “어렸을 때부터 가족과 이런 무대를 꼭 서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번 기회가 정말 좋은 선물이 됐다”고 밝혔다.
콘서트를 주최한 센터 팀장 조은경 수녀(마리아·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서울관구)는 “호스피스 센터가 어둡고 두려운 죽음이 아닌, 부활이라는 밝고 희망찬 순간을 맞이하는 곳임을 알리고 싶은 박 씨의 순수한 취지를 살려 이 자리가 마련됐다”고 전했다.
박효주 기자 p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