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독자마당] 사십 일에 피운 꽃

박정연
입력일 2025-03-19 09:18:54 수정일 2025-03-19 09:18:54 발행일 2025-03-23 제 3434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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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이 넘도록
살아오면서

머리로
입으로
손발로
마구마구 만든 가시밭

그 가시밭길을 따라
사십 일 여정을 떠난다

미움의 틀 안에서 용서 못하고
철천지원수 박은 가시

격한 분노로 울분이
뼈마디 시리도록 깊이 심은 가시

고집스런 아집으로
마음의 상처 남긴 멍든 가시

오만과 허세로 심장에|
대못 찌른 옹이 가시

세속적인 삶으로
욕심 가득 채운 송곳 가시

쾌락으로 돋은 악 가시

달콤한 입술로 나불거리다
구석구석 혀 찌른 독 가시

이제라도
내 탓이오! 외치며
뿌리고 심은 가시 자르고
사십 일에 피운 꽃

새록새록 향기 담아
진실히 진실히
하느님의
사랑으로 살련다

시 _ 박기섭 바오로(안동교구 주교좌목성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