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성령 안에서의 재회를 기다리며

박효주
입력일 2025-03-19 09:18:49 수정일 2025-03-19 09:18:49 발행일 2025-03-23 제 3434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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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청송군 경북북부제1교도소 교육관에서 진행된 교정 사목 현장 취재는 교도소 관계자분들과 사단법인 꿈나눔 재단, 수용자분들의 큰 협조로 이뤄졌다.

소공동체 모임 후 개별 인터뷰 시간, 방문 전 미리 전달해드렸던 질문에 한 분씩 다가오셔서 건넨 답변지에는 손 글씨가 빼곡히 적혀있었다. 컴퓨터를 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수감 27년째라는 한 수용자는 “사회에 있을 때 자장면이 2000원 정도 했던 것 같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새삼 이곳이 사회와 동떨어진 곳임을 느꼈다.

얼마 전 기자가 보도한 꿈나눔 재단의 ‘네팔바람부 폴 직업기술학교’ 설립 기사 얘기가 나왔다. “기사 잘 읽었다. 스크랩해서 붙여놨다”는 수용자분의 말에 가톨릭신문을 교정 시설에 후원하는 분들께 감사의 마음이 들었다.

마무리하려고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였다. 꿈나눔 재단 신원건 이사장은 자신이 끼고 있던 묵주 팔찌를 빼서 오늘 모임에 새로 온 수용자분에게 건네주었다. 그러자 동행한 꿈나눔 재단 후원자 김미자 씨도 팔에서 묵주 팔찌를 뺐다. 생각해 보니 내 팔목에도 언젠가 한 교구 주교님께 받은 묵주 팔찌가 걸려있었다. 신기하게도 세 명 모두 비슷한 나무 묵주 팔찌였다.

“제 것은 주교님께 받은 묵주 팔찌에요.”

“아이구야, 오늘 새로 온 함영(가명) 씨가 주교님 것으로 가져요.”

주교님께 받았다고 해서 더 효험(?)이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예비신자가 됐다는 두 분께도 묵주 팔찌를 드리고 인사를 나눴다. 기도 안에서, 또 교회와 세상에서 성령과 함께 다시 만날 것을 기다리며.

박효주 기자 p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