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독자마당] 사순의 때를 보내며

박정연
입력일 2025-03-26 09:13:17 수정일 2025-03-26 09:13:17 발행일 2025-03-30 제 3435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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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의 때는 회개의 시간
잘못 가던 길 멈추고 돌아서서 주님께로 마음을 향하여야 함을 깨닫습니다.

이제, 나는 돌아온 탕자의 마음으로 십자가 주님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나를 위해 목숨까지 바치신 사랑, 한없이 내어주신 펠리컨 사랑
그 사랑 앞에 고개 숙이고 나를 돌아봅니다.
모든 관계 안에서, 공동체 안에서
무심히 던진 무례한 말과 행동들, 사랑과 정의를 외면한 죄악들을 돌아보며
주님께 참회의 눈물로 용서를 청합니다.

사순의 때는 은총의 시간
십자가 주님을 바라봅니다.
주님 고난의 길, 비아 돌로로사
십자가 지고 가시는 골고타 언덕길의 주님 고통을 아파하며
내 죄의 허물이 하나씩 하나씩 벗겨지는 은총 입기를 원합니다.
미움과 질투, 완고함과 교만함. 탐심과 집착으로 칭칭 감겨진 내 몸을
주님 십자가 희생 사랑으로 위선의 껍데기를 벗어 버리고
타작마당의 빛나는 알곡처럼
언제나 주님 앞에 수정같이 맑은 모습으로 서 있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사순의 때는 하느님을 만나는 시간
십자가에 매달리신 예수님 안에서
한없이 자애로우신 하느님을 바라봅니다.
인류를 위해 비우고 비우신 사랑
죄악에 가득 찬 세상 구하시려 권능을 버리시고 인간이 되신 사랑
찢기고 상처 난 성체에 피 흘리시며 한없이 낮아지신 희생의 사랑
‘창으로 찌르니 물과 피가 흘러나왔다’
인간의 무례함과 무지와 완악함을 용서하시며 그 성혈과 생명수로 
온 인류를 치유하시는 하느님의 애끓는 사랑을 바라봅니다.

사순의 때는 거듭나는 축복의 시간
이제는 미움과 분열로 닫힌 마음이 주님의 영을 받아
용서와 화해로 강물 같은 평화 이루기를 다짐합니다.
은혜로 내려주시는 말씀이 내 안에서 살아 약동하여
나를 힘들게 하는 이들을 끌어안는 사랑, 머리에서 멈추지 않고 가슴으로 받아 안는
뜨거운 사랑 이루기를 다짐합니다.

주님! 이 사순의 때에 제 존재와 하느님 사랑 기억하게 하시어 십자가 주님의 희생 사랑을 닮아 가게 하소서.
“우리를 닮은 사람을 만들자.”

글 _ 김영희 요셉피나(서울대교구 묵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