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지 않는 강은 생명력을 잃고 맙니다”
3월 22일 세계 물의 날을 맞아 대구대교구 생태환경위원회(위원장 임성호 베네딕토 신부)는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 빚은 자연습지인 대구 달성습지에서 생명평화미사를 봉헌했다. 미사가 봉헌된 현장은 대구시가 문화관광 거점 조성을 목적으로 강정보 디아크(The ARC·4대강 사업 홍보 건축물)와 달성습지를 교량으로 연결하는 ‘디아크 문화관광 활성화사업’ 공사를 강행하는 곳이다.
달성습지 하류는 생태자연도 1등급지가 포함돼 있으며, 겨울이면 흰죽지, 흰비오리뿐 아니라 큰고니나 큰기러기 같은 멸종위기종 조류도 찾는 곳이다. 그러나 대구시는 생태계 파괴를 우려하는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교량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강정보로 인해 이곳은 매년 여름마다 녹조 독성물질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되고 있다.
임성호 신부는 미사 강론에서 “흐르지 않는 강은 생명력을 잃게 되고, 강물에 의존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모든 생명은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며 “그 허물과 죄악의 시작은 인간의 교만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임 신부는 이어 “크고 단단한 콘크리트처럼 우뚝 서 있는 그 힘이 우리에게는 힘에 부치지만, 하느님께 강이 원래대로 잘 흘러갈 수 있도록, 인간의 개입이 줄어들 수 있도록 함께 바라고 기도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등 지역 시민·환경단체는 지속적으로 ‘수문 개방’을 요청하면서, 교량 건설도 반대가 아닌 ‘공사위치 조정’을 제안하고 있다. 금호대교 상류는 이미 개발된 영역이니 여기에 교량을 설치하고, 야생 영역인 달성습지는 보존하자는 취지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프란치스코) 사무처장은 “강은 우리가 마실 물을 생산하는 원천”이라며 “보를 막아놓으니 녹조가 발생하고, 강물과 농작물에서 녹조 독성물질이 검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