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인스타그램 통해 매월 ‘챌린지’ 공유 ‘반복적 일상에서 하느님 깊이 묵상하는 체험’
그림, 사진, 공예, 성가, 에세이 등 각자의 예술적 재능으로 하느님을 묵상하며 신앙을 굳건히 다지고 있는 크리에이터 단체가 있다. 2022년 6월부터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가톨릭 크리에이터 커뮤니티 ‘잔잔’(@janjan_catholic)이다.
잔잔은 가톨릭 일러스트 작가 홍눈솔(33·잔다르크) 씨로부터 출발했다. 공연계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던 당시 코로나19로 인해 일거리가 줄어들자, 홍 씨는 갑자기 생긴 여유 시간을 신자로서의 생활과 고민 등을 담은 ‘일상툰’을 그리며 보냈다.
개인 계정(정오, @pray_at_noon)을 통해 꾸준히 작업물을 공유하다 보니 자연히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늘었고, 그중 서울대교구 이승화(시몬) 신부의 적극적인 권유에 힘입어 크리에이터 단체를 결성하기로 한 것.
일주일 만에 마음 맞는 동료 작가 10명을 모은 홍 씨는 잔잔 계정을 만들었다. 잔잔을 상징하는 로고는 예수님의 옆구리에서 나온 피를 담은 ‘잔’과 물을 담은 ‘잔’이 건배하는 모습으로, 예수님의 사랑을 힘입은 작가들이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낸다는 뜻을 담았다.
잔잔의 활동은 매월 주제에 따라 자신의 창작물과 묵상 글을 잔잔의 SNS에 공유하는 ‘챌린지’ 형태로 이뤄진다. 그간 ‘주보성인’, ‘십자가의 길’, ‘나의 주제 성구’, ‘소중한 사람을 위한 기도’ 등을 주제로 했으며, 올해는 2025년을 맞아 ‘희년’을 주제로 진행 중이다. 통통 튀는 일러스트부터 세밀한 공예품, 진심이 담긴 에세이 등이 담겨 있다.
잔잔은 챌린지를 넘어 1년에 한 번씩 전시회를 개최한다. 온라인에서만 전시하던 창작물을 오프라인 전시장에서 함께 공유해 유대감과 신앙을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있다.
약 3년의 시간이 흐른 현재 잔잔에서 활동 중인 작가는 56명으로 늘었다. 2030세대를 필두로 한 청년 중심의 커뮤니티지만 고등학생부터 40대 후반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작가들이 자유롭게 활동 중이다.
이렇듯 잔잔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것은 ‘신앙’이 활동의 중심이 되기 때문이다. 홍 씨는 잔잔을 운영하며 동료 작가들로부터 ‘고맙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집과 직장, 성당을 오가는 반복적인 일상에서 한 달에 한 번이라도 하느님을 깊이 묵상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돼 행복하다는 것.
홍 씨 역시 잔잔을 통해 신앙생활에 힘을 얻었다고 고백했다. “원래 공동체 생활을 힘들어 해 성당에도 혼자 다니곤 했어요. 그런데 공통된 관심을 가진 작가 동료들을 만나 사소한 얘기부터 깊은 고민까지 나누다 보니 ‘함께하는’ 신앙생활의 즐거움을 알게 됐죠. 우연찮게 시작하게 된 잔잔이 지금 제게는 큰 위안이에요.”
불교의 ‘뉴진스님’이 청년 세대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듯, 가톨릭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는 것이 홍 씨의 꿈이다. “청년들에게 재밌게 다가갈 수 있는 가톨릭 문화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잔잔 활동을 통해 ‘가톨릭에도 이런 게 있었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황혜원 기자 hhw@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