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교황 의료팀장 “교황 2월 28일 못 넘길 거라 생각했다”

박지순
입력일 2025-03-26 17:34:11 수정일 2025-03-31 13:32:52 발행일 2025-04-06 제 3436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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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신문 ‘코리에레 델라 세라’ 인터뷰…급박했던 치료 상황 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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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제멜리병원 세르지오 알피에리 교황 의료팀장. 알피에리 의료팀장은 이탈리아 신문 ‘코리에레 델라 세라’ 3월 25일자 인터뷰에서 “교황님이 2월 28일 위기를 맞았지만 의료진은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CNS 자료 사진

[외신종합] 프란치스코 교황이 로마 제멜리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치료를 담당했던 세르지오 알피에리 교황 의료팀장이 “2월 28일이 가장 힘든 날이었다”고 회고했다.

알피에리 의료팀장은 이탈리아 신문 ‘코리에레 델라 세라’ 3월 25일자에 실린 인터뷰에서 “2월 28일 처음으로 교황님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눈에서 눈물을 보았다”며 “우리는 모두 교황님의 건강 상태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인식했고, 교황님이 회복하지 못할 위험이 있었다”고 말했다.

교황청은 2월 28일 발표에서 “교황님이 이날 오전 병원 내 경당에서 기도하고 호흡기 질환 치료를 받은 뒤 오후에 기관지 경련이 있었고, 구토 증세와 함께 갑작스레 호흡 상태가 악화됐다”고 밝혔다. 의료진은 이때 교황의 호흡을 돕기 위해 비침습(noninvasive) 호흡장치를 사용했다. 그러나 알피에리 의료팀장과 교황청은 교황에게 삽관술을 시행하지는 않았고, 교황은 항상 의식이 있었다고 여러 차례 설명했다.

알피에리 의료팀장은 “우리 의료진은 치료를 멈추고 교황님이 떠나가시도록 할지 아니면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모든 약을 투여하고 치료를 할지를 선택해야 했다”면서 “투약과 치료를 계속할 경우 다른 장기들을 손상시킬 위험이 컸지만 우리는 결국 치료를 계속하는 길을 선택했다”고 긴박했던 순간을 설명했다.

교황은 치료에 관한 모든 결정을 간병인인 마시밀리아노 스트라페티에게 위임했다. 스트라페티는 교황이 원하는 것을 온전하게 알고 있었다. 간호사이기도 한 스트라페티는 제멜리병원 집중 치료실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2002년부터 교황청 의료진에 합류했다. 이후 교황의 건강을 돌보는 책임을 맡아 교황 의료진들에게 조언하는 일을 해 왔다. 알피에리 의료팀장은 “스트라페티 간병인이 ‘포기하지 말고 모든 것을 다 시도해 보자’고 권유했고, 우리 의료진도 같은 생각을 했기 때문에 아무도 포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알피에리 의료팀장은 인터뷰 중 교황은 자신이 처해 있는 위험을 인식하고 있었느냐는 질문을 받고, “교황님은 항상 의식이 있었기 때문에 당신의 상태를 알고 계셨고, 상태가 나빠졌을 때도 의식이 명료했다”고 답했다. 이어 “2월 28일 밤은 고통스러웠고, 교황님이 그날 밤을 넘기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우리와 교황님 모두가 알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교황님은 우리에게 당신의 상태를 진실대로 정직하게 말해 달라고 요청하셨다”고 말했다.

교황은 입원 37일 만에 퇴원했지만, 의료진은 교황이 앞으로 두 달은 회복기를 가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은 3월 24일 교황청 인근에서 기자들과 만나 “교황님이 쉬셔야 하기에 아직 교황님을 방문하지 않았고, 교황청 국무원과 모든 부서는 평소처럼 일을 하고 있다”며 “당분간은 교황님이 결정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현안들만을 보고드릴 계획이고, 교황님이 건강을 회복하면 평상시 업무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멜리병원 의료진은 교황이 퇴원하던 3월 23일 교황에게 많은 사람들을 단체로 만나지 말라고 권유했다. 파롤린 추기경은 “교황님이 영국 국왕 찰스 3세와 4월 8일 교황청에서 짧게나마 인사를 나눌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지만, 찰스 3세는 교황이 건강을 회복하기를 기다리기 위해 교황청 국빈 방문을 연기한다고 3월 25일 발표했다.

교황청 공보실은 “교황님이 3월 25일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에 거처 2층 방 옆 경당에서 미사를 공동집전했다”면서도 다른 공동집전자는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