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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내가 아는 고(故) 이현부(베드로) 중장

오웅진 신부ㆍ사회복지법인 꽃동네회 회장
입력일 2017-04-03 수정일 2017-04-03 발행일 1992-03-01 제 1794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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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따라 산 참 군인”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그들은 하늘나라를 차지하리니」(마태오5, 3).

이 귀절은 하느님의 사랑을 마음과 생명을 다해 온전히 삶으로 실천하는 사람들에 대해 예수께서 하신 말씀이다.

지난 2월 14일 오전 9시45분에 헬리콥터로 홍천에서 포항으로 부대 방문차 가던중 추락사고로 사망한 이현부(베드로) 7군단장의 죽음에 대해서 평소에 그를 너무나 잘 알던 나는 인간적으로 무척 슬프고 안타깝지만 영적으로는 그분처럼 행복한 분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베드로 중장이야말로 가정과 국가와 민족을 위해 또한 의지할 곳 없고 얻어 먹을수 있는 힘조차없는 분들을 위한 가평 꽃동네 건립을 위해서 온전히 살다가 목숨까지 바친 마음이 가난한 분으로서 하늘나라에 갔기 때문이다.

이베드로 중장의 죽음을 우리 국민 모두가 그토록 애통해하고 안타까워 하는 이유는 그분의 인품에서 무언가 배울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본다.

내가 그분을 알게 된 것은 가평 꽃동네가 본격적으로 시작하려고 했던 1989년 가을, 이베드로 중장이 맹호사단장으로 계실 때였다. 사실 내가 큰 도움을 청해야 하는 입장인데도 그분은 항상 내가 큰 손님인양 극진히 대접해 주시며 꽃동네에 대한 많은 관심과 호의를 보여 주셨다. 가평 꽃동네에 설계를 위해서 항공사진도 촬영해 주고 직접 나오셔서 계획도 함께하며 지난 여름 장마로 손실된 부지도 병력과 장비를 지원하여 복구해 주셨다.

이베드로 중장이 그곳을 떠난 후에 신자인 어머님이 숙환으로 세상을 떠나셨을 때에 내가 장례미사를 드리고 하관예절을 보아드렸는데 그분은 슬픔의 오열속에서 어머님께 못다한 효성을 앞으로 꽃동네에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께 드리겠다고 했다.

이중장은 특히 부하들에 대한 사랑도 지극하여 부하들만 보면 자랑스럽고 대견해서 무엇이든 더해주고 싶다며 부대장병들을 위해 맹호성당과 사제관도 건립했다.

군단장이 되던 이튿날에 내게 전화를 걸어 『천주님께서 은총을 주셔서 큰 중책을 맡게 되었습니다. 기뻐해 주시고 기도해 주십시오』라고 말씀하셨고 군단장이 되어 받은 첫봉급을 가평 꽃동네 집짓는데 보태어 써달라고 우리에게 전해 주셨다.

고 이중장의 통일에 대한 집념과 의지는 남달랐다. 남과 북의 통일은 반드시 평화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하곤 했던 이중장은 우리가 보다 잘 살고 정치가 안정되면 반드시 평화통일이 이루어 질것이라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계신 분이었다.

이중장은 육군본부 인사참모차장으로 지낼때에 인사청탁때문에 걱정이 되어 가까운 육군중앙성당에 다니지 못하고 다른 성당에 다닐 정도로 청렴결백한 분이셨다. 저녁이면 누가 시간 좀 내달라고 할까봐 2개의 야간 대학원에 다녔단다.

어디 그뿐인가. 이중장은 장군이 되던날 부인에게는 『당신의 장군의 부인이 아니오. 이현부라는 한 촌부의 아내로 계속 살아 가시오』라고 다짐을 한 분이기도 하다.

군단장취임 환영파티에서 어느 부하가 진급비결을 물어왔을 때 이중장은 『첫째, 내가 부하를 잘 만났고 둘째, 직속상관을 잘 만난 덕이며 셋째는 동료들이 인정해 주고 믿어준 덕택』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러나 내가 아는한 그분은 그것이「하느님의 은총」이라고 믿고 있었다. 내가 보기에는 그분은 부하들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고 상관을 극진히 모셨으며 동료들과는 신의와 우애가 돈독한 분이셨다.

그분은 7~8년전부터 하느님을 알고 주일을 지키려고 노력했고 매일 성가를 듣고 기도생활도 충실히 하면서 살았지만 세례를 받지는 않았다. 그분이 지휘관을 하면서 여러 종파인들에게 편견을 주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때문이라고 했다. 나는 그분께 『물과 성령으로 거듭나지 않으면 안되니 꼭 세례를 받으십시오』라고 권고했고 그분도 세례를 꼭 받겠다고 했다. 그리하여 2월 16일 상승대 김원조 신부님께 세례를 받기로 하고 베드로라는 본명도 정해 놓았다.

그러나 하느님은 14일날 그분을 데려 가셨다.

부인 이경주(가타리나) 자매의 간절한 부탁으로 삼우미사를 집전하러 갔을 때 『남편이 자꾸만 딸 상미와 나를 오라고 부르는 것 같다』고 하며 『나도 갈 것만 같아요』한다.

내가 아는 이형부(베드로) 형제는 아내와 딸 그리고 부대를 위해서 가난한이들을 위해서 목숨까지 다 내놓았다.

가장 많이 베푼자만이 가장 많이 소유하고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은 예수님의 삶이 증명해 준다.

『신부님 저는 꼭 세례를 받을 것입니다. 신부님께서 도와 주십시요』

그분이 가지고 난 지금 신자보다도 더 열심히 신앙인으로 살았던 이중장의 생전의 모습이 너무나 생생하게 떠오른다. 영세를 이틀 앞두고 흘연히 우리의 곁을 떠난 고 이형부 중장, 누가뭐라해도 그는 하느님의 사람이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그들은 하늘 나라를 차지하리니』이런 의미에서 이형부(베드로) 장군은 진정 행복한 분임이 틀림없다.

오웅진 신부ㆍ사회복지법인 꽃동네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