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이주일에 만난 사람] 전국 농촌총각 결혼대책위원회 강기갑 회장

정경남 기자
입력일 2019-07-25 수정일 2019-07-25 발행일 1990-11-18 제 1730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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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총각들「자살」만은 막아야죠"
농촌경제 활성화가 해결방법
여성문의자 절대 부족...난제
땀흘리는 사람 무능자로 취급하는 세태가 문제
『어떻게 해서라도 자살만은 막아야 한다는 농촌 젊은이들간의 절박한 마음들을 하나로 모았습니다』

전국 농촌총각 결혼대책위원회 위원장 강기갑씨(40세ㆍ로벨도)는 결혼대책위원회 결성의 근본 동기를 이같이 밝힌다.

언뜻 용어에서「재미난다」는 느낌도 드는 전국 농촌총각 결혼대책위원회(이상 결대위로 지칭).

그러나 농사를 짓는다는 이유만으로 겪어야 하는 농촌 젊은이들의 현실은「어처구니 없다」못해「절박」하기까지 한다.

시집 올 처녀가 없어 서른이 훨씬 넘도록 장가를 못간 농촌 청년들이 결혼을 하기위해 도시로 위장 취업을 떠나는가 하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급기야 목숨을 끊은 이들이 이미 수십명.

농촌 총각들의 결혼문제가 해결되려면 농촌을 살리는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고 재삼 강조하는 강 위원장은 농촌을 되살릴 수 있는 두 가지 길을 제시한다.

『먼저 농민들이 스스로 담당한 주인의식을 가지는 것입니다. 농사를 짓고있는 농촌 젊은이에게 당장「요즘 뭘 하십니까?」라고 물으면「예, 그저 좀...」혹은「아무것도...놀고...있습니다」라는 답변을 듣기 일쑤지요. 농촌청년들은 국민들의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민으로서 정직하고 또한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어, 국민들에게 농업의 소중함과 귀중함을 일깨워 주는 심장부 역할을 해내야합니다』

그가 설명하는 농촌을 살리는 또 한가지 방법은 노동의 참된 가치를 인정하는 건전한 사회풍토의 조성이다.

『진정한 편안함은 땀 흘려 열심히 일한 후의 휴식에서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돈이면 무엇이든지 해결될 수 있고 또 하루아침에 일확천금을 꿈꾸는 물질만능 소비풍조 의식이 노동천시 성향을 깊이 자아내고 있습니다. 처녀들이 농촌으로 시집가는 것을 기피하는 현상도 땀흘려 일하는 사람이 대우받지 못하고 오히려 무능력하게 취급당하는 세태의 반영이지요』

따라서 결대위가 추진하는 가장 큰 일은 농촌총각과 도시 처녀의 짝 지움에 앞서 농업ㆍ농촌ㆍ농민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국민들 마음 깊숙히 심어가는 작업이다.

지난해 6월 24일 결대위 설립을 위한 준비위원회를 만들어 활동을 시작, 꼭 1년이 되는 올 6월 결대위가 결성되고 지금까지 결대위문을 두드린 농촌 총각은 모두 5백여명. 그러나 결대위의 생명이라고도 할 수 있는 여성회원은 70~80명으로 이들 중 그나마 지속적인 만남의 자리를 가지는 인원은 불과 30~40명 정도이다.

강 위원장은 여성회원 확보라는 가장 중요하고 절실한 문제를 안고 있으면서도『부끄러워 하거나 창피스러워 망설이다가도 일단 만남의 자리에 참여하게 되면 농촌 총각들의 진솔한 분위기에 친밀감을 느껴 금방 부담감에서 벗어난다』고 덧붙인다.

현재 결혼대책위원회가 마련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처녀ㆍ총각 만남의 자리(매월 마지막 토ㆍ일)와 도시 여성들을 위한 농민교실(매월 둘째주일) 그리고 직접 농촌 현장을 체험하는 현장실습 등이 있다.

농업경시와 농정의 부재로 인해 한해 50만명 이상의 농민들이 농촌을 떠나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농촌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버티고 있는 농촌총각을 대표해서, 그 역시 총각신세인 강기갑씨는 자신의 심중을 솔직히 털어놓는다.

『이 땅의 모든 미혼 여성여러분! 산 좋고 물 맑은 농촌에서 살아가는 농촌 젊은이를 낭군으로 삼아 낮에는 땀 흘리며 함께 일하고, 밤에는 노동으로 굳세어진 농부의 품에 안겨 사랑을 나누는 삶을 살아가자』고.

전국 농촌총각 결혼대책위원회는 최근 사무실 이전 문제로 또 하나의 고충을 겪고 있다. 그동안 빌려 지내오던 사무실 (감남구 대치동991~14 영광빌딩 지하 (02) 563~9488)이 계약기간만료로 곧 되돌려 주어야 하기때문이다.

농사를 지으며 시골과 서울을 오르내리며 활동하고 있는 결대위 대책위원들이나 회원들이 엄청난 서울의 땅값을 감당해 내기란「하늘의 별따기」일 뿐이다. 결대위 위원장 강기갑씨를 비롯 결대위 전 회원들은 자신들의 구심점이 될 사무실 마련에 도움을 줄 이들의 소식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정경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