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제25회 한국가톨릭문학상 신인상 「말에도 꽃이 핀다면」 한경옥 시인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22-04-19 수정일 2022-04-19 발행일 2022-04-24 제 3291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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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로 짜여진 그림’ 같은 시 지향 “그려지는 대로 읽으세요”
“제 손 떠난 시는 독자들의 것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게 써”

한경옥 시인은 “제 손을 떠난 시는 독자들의 것”이라며 “모르는 것을 아는 듯이, 더 멋있는 표현을 찾아 쓰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시”라고 말한다.

제25회 한국가톨릭문학상 본상 수상작으로 강영숙 작가의 장편소설 「부림지구 벙커X」(2020, 창비), 신인상 수상작으로 한경옥(마르가리타) 시인의 「말에도 꽃이 핀다면」(2020, 현대시학사)이 선정됐다.

한국가톨릭문학상은 가톨릭 정신과 인류 보편적 진리를 문학으로 승화한 작품을 발굴하는 상이다. 올해로 25회 은경축을 맞는 한국가톨릭문학상은 1998년 가톨릭신문사가 제정한 이래 교회 안팎에서 문학을 통해 진리를 비춰온 뛰어난 문인들을 격려해왔다.

“저를 시인으로 추천해 주신 스승의 명성에 흠집을 내서는 안 된다는 의무감을 느끼면서 더 좋은 시를 쓰겠다는 다짐을 하곤 합니다.”

제25회 한국가톨릭문학상 신인상 수상자 한경옥(마르가리타·66) 시인은 수상 소식을 처음 듣고 “상상도 못한 상을 받게 돼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이 기뻤다”면서도 스승에 대한 존경과 감사를 더욱 강조했다. 스승은 2009년부터 현재까지 10여 년간 한 시인에게 시를 가르치고 있는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오세영 시인이다.

한 시인은 2009년 오 교수 특강을 들은 것이 계기가 돼 오 교수에게 매주 ‘시창작반’ 수업을 들으며 2013년 5월 시인으로 등단했고, 2020년 11월에 첫 시집 「말에도 꽃이 핀다면」을 냈다.

“시인이 되겠다는 목표로 시 공부를 시작했던 것은 아닙니다. 시 공부를 하면서 확고하게 목표를 세웠고, 등단이 시인이라는 이름을 당당히 다는 과정임을 알게 됐습니다.”

한 시인은 50대 중반이라는 뒤늦은 나이에 시 공부를 시작했지만 시는 언제나 ‘삶의 첫 자리’였다.

“오 교수님께 ‘시창작반’ 수업을 매주 듣는 10여 년 동안 남편의 병원 입원과 가까운 친구 어머니 장례식 참석으로 딱 두 번 결석했습니다. 시는 언제나 제 삶의 최우선이었습니다.”

하지만 등단을 하고 보니 등단이 끝이 아니었다. 더 단단한 시인이 되려면 시집을 내야 했다. 무려 7년 6개월이나 걸려 첫 시집 「말에도 꽃이 핀다면」을 세상에 내놓았다.

“첫 시집을 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내 평생에 단 한 권의 시집을 내겠다고 결심하고 오래 숙성하고 익힌 시들을 모았습니다. 시집을 내고 보니 시를 써서 혼자 가지고 읽을 때, 문예지에 활자화됐을 때, 시들이 묶여 한 권의 시집으로 나왔을 때 매번 느낌이 전혀 달라집니다.”

한 시인은 첫 시집을 바라보며 가슴 떨리고 흥분하면서도 돌아가신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행복을 누리게 해 드리지 못한 것이 마음 아파 많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한 시인이 지향하는 시 세계는 ‘정통 서정시’다.

스승인 오 교수에게 ‘시류나 유행을 따라가지 말고 정직하게 자신만의 시를 쓰라’는 가르침을 받았다. ‘언어로 짜여진 그림’ 같은 시를 지향한다.

“제 손을 떠난 시는 독자들의 것입니다. 제 시는 그림이 그려지는 대로 읽으면 됩니다. 모르는 것을 아는 듯이, 더 멋있는 표현을 찾아 쓰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시입니다.”

한 시인은 ‘평생에 단 한 권인 시집’을 냈지만, 그의 시를 알아본 이들로부터 벌써부터 시집을 또 내라는 독촉과 권유를 받고 있다. “저도 욕심이 나면서 더 잘 써야 한다는 책임을 느낍니다. 시 한 편 한 편이 모두 제 자식 같습니다. 순산을 하기도 하고 미숙아를 낳기도 합니다. 그래서 시 쓰기가 어렵습니다.”

한 시인은 “문화의 꽃은 예술이고, 예술의 꽃은 문학이고, 문학의 꽃은 시라고 한다”며 “흔들리는 나뭇잎을 보고 바람이 지나간 길을 표현한 시, 사물에게 말을 걸고 사물의 말을 듣고 사물의 말을 대신 전해 주는 시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 한경옥 시인은…

1956년 충남 공주에서 태어났다.

시 전문지 「유심」 2013년 5월호를 통해 조오현·오세영 시인으로부터 ‘달밤’ 등 5편이 특별추천을 받아 시단에 나왔다.

50대 중반의 나이에 시인이 되겠다는 결심을 한 뒤 2014년 2월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 시인의 ‘정통 서정시’는 언론과 시단의 주목을 받아 「말에도 꽃이 핀다면」 수록작 중 ‘눈 내린 아침’이 동아일보(2021년 12월 25일자), ‘동행’이 세계일보(2021년 1월 4일자)에 게재됐다. 또한 한 시인은 지난해 11월 14일 KBS3라디오 ‘명사들의 책읽기’에 출연해 자신의 시들을 소개하기도 했다.

현재 한국시인협회, 한국가톨릭문인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말에도 꽃이 핀다면」

한경옥 작가의 첫 시집이다. 한 작가가 2013년 5월 시인 등단 후 7년여에 걸쳐 쓴 시들을 모아 내놓았다.

모두 4부로 구성된 이 시집에는 1부와 2부에 각 16편, 3부와 4부에 각 15편이 실려 있다. 등단 추천작인 ‘달밤’도 만나 볼 수 있다.

첫 시집이라는 신선함과 더불어 삶과 사물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 무심결에 잃어버리기 쉬운 원숙한 인간미와 유머가 균형을 이루고 있다.

시어들은 담백하고 절제미가 돋보인다. 알기 쉬운 단어들의 조합이 한 편의 시를 이룬다. 시 ‘대나무’는 세인들에게 삶에 대한 날카로운 메시지를 던지는가 하면, 병원에서 의사에게 진료를 받는 자신을 빗댄 시 ‘취조실에서’는 삶을 긍정하는 여유를 풍긴다.

시집은 현대인들에게 잊고 살았던 자신의 모습을 되찾도록 길을 제시한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