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 - 세상의 빛] 199. 복음과 사회교리(「간추린 사회교리」 582항)

입력일 2022-12-27 수정일 2022-12-27 발행일 2023-01-01 제 3325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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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웃과 세상 향한 좋은 마음 지니길
물질 가치에만 매달리지 말고
최고 규범으로 ‘사랑’ 실천해야

노숙인 등 소외된 이들에게 나눌 음식 재료를 다듬고 있는 서울 서교동본당 청년 봉사단체 ‘W.I.T.H.’(위드)의 노숙인 새벽 배식 봉사팀.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비신자1: 새해에는 돈을 많이 벌고 싶어요! 많이 번 돈으로 착한 일도 하고 싶고요!

비신자2: 경제가 어려워서 남을 돕는 건 엄두가 안 나요.

미라안나: 아르바이트 때문에 봉사활동을 계속할지 고민인데, 그래도 해보려고요.

발렌티노: 좋은 말씀이네요! 일상생활에서 신앙을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바로 봉사와 나눔이죠.

비신자3: 역시, 천주교 신자분들은 다르시네요!

마리안나: 별말씀을요. 비록 종교가 없어도 좋은 일을 하시는 분도 많을 텐데요!

■ 좋은 마음이란

하느님의 은총으로 새해가 밝아 옵니다. 사랑하는 독자 여러분들에게 올 새 한 해도 기쁘고 행복한 일들이 많으시길 빕니다. 모두 좋은 마음으로 새해를 시작하시겠지요. 좋은 마음을 간직하고 지내시면 좋은 일들도 일어날 것입니다. 그런데 내 꿈과 안녕도 중요하나,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를 위해 서로를 위한 좋은 마음도 필요합니다. 그 좋은 마음이란 용서하고 화해하며, 존중하고 나누는 마음이겠지요.

가톨릭교회는 지상의 하느님 나라와 사랑의 문명을 위해 사회교리를 제시합니다. 인간 존엄과 공동선 등의 구체적인 실행 원리들을 제시하며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갖고 미래를 바라보게 하고 더 나은 세상을 향한 방법과 길을 제시합니다. 하지만 그 핵심은 가장 먼저 이웃과 세상을 향한 좋은 마음을 갖는 것입니다.

■ 경제와 돈보다 중요한 것은?

오늘날 사회에 여러 어려움이 있습니다만 핵심은 하느님과 인간에 대한 관심에서 벗어나 세속의 것만 추구한다는 것입니다. 요컨대, 가치와 도덕, 신앙과 덕행에 대해 무덤덤해지고, 게다가 가족, 이웃, 친구, 어려운 사람에 대한 공감과 연민, 따스한 마음, 관심이 감소한 데 반해, 경제적 여유와 물질적 안락함에 대한 관심만 높아졌기 때문이 아닐까요?

정부가 2027년까지 설정한 1인당 GDP 목표액은 4만 달러입니다. 약 5000여만 원입니다. 누군가에겐 부족하겠으나 다른 이에게는 천문학적인 액수입니다. 매년 더 높은 목표가 제시되며 지난 수십 년 동안 경제는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이웃과 사회에 공감하고, 누군가의 아픔에 함께하려는 마음들도 성장해 왔습니까?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누군가를 돌보고 보살펴 주라고 이야기해 왔습니까?

■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사랑의 일들

제가 아는 청년은 주간에 힘들게 일을 하면서도 주일마다 노숙인들을 위한 급식소에서 봉사를 합니다. 또 다른 신자분은 매주 남몰래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을 찾아 뵈며 그분들을 돌보십니다. 많은 분들이 좋은 마음으로 좋은 일들을 실천합니다. 그 시간에 일을 해서 돈을 더 벌 수도 있으나, 어려운 이들을 위해 시간을 쓰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이라 합니다. 그렇지 못한 저는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그런 사랑의 활동들은 경제성장과 GDP 액수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마음과 공동체를 뜨겁게 만드는 일이며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일들입니다.

“더욱 인간답고 더욱 인간에게 걸맞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생활-정치, 경제, 문화-에서 사랑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여야 하며, 사랑이 지속적으로 모든 활동의 최고 규범이 되어야 한다.”(「간추린 사회교리」 582항)

이주형 요한 세례자 신부 (서울대교구 사목국 성서못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