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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인의 눈] 챗GPT와 슬기로운 신앙생활 / 김민수 신부

김민수 이냐시오 신부,서울 상봉동본당 주임
입력일 2023-03-07 수정일 2023-03-08 발행일 2023-03-12 제 3334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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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전 세계적인 화제로 떠오르는 챗GPT 웹사이트를 열고 영어로 채팅창에 “사순 제1주일 A해 강론을 써주기 바래”하고 결과를 기다렸다. 순식간에 A4용지 한 장 가득 채운 강론과 마주 대했다.

처음에는 구글 한글 번역기를 띄워 놓은 후 한글을 사용했더니 자꾸 에러가 나는 바람에 영어를 사용하니 단숨에 제대로 된 강론을 얻을 수 있었다. 내용이 기승전결에 따라 상당히 논리적이고 포괄적이지만, 깊이가 없고 삶의 체험에 대한 구체적 사례가 없는 밋밋한 느낌이었다. 현재로서는 강론을 준비하는 사제들에게 챗GPT는 일종의 성경 주석이나 해석 자료로 활용될 수 있고, 평일미사 때 간단한 강론에는 어울릴 수 있겠다 싶었다. 앞으로 챗GPT가 계속 딥러닝을 해 나간다면 웬만한 주일 강론을 대신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인공지능(AI) 대화형 챗봇 ‘챗GPT’는 대량의 데이터를 학습해 사람처럼 생각하고 판단하도록 설계된 초거대 AI로 질문에 맞는 답을 생성해내는 서비스다. 2022년 11월 30일 공개된 지 두 달 만에 챗GPT 사용자가 1억 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인터넷만큼 중대한 발명’이라 할 만한 챗GPT의 활용은 무궁무진하다. 우선, 챗GPT는 적절한 질문에 적절한 대답을 제공한다.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척척박사 비서’와 대화하는 느낌이다. 또한 논문, 소설, 시 등 모든 분야의 창작 행위에도 적용되고 있다.

종교와 신앙생활에 챗GPT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신앙인들은 어떻게 그것을 슬기롭게 사용할 수 있을까? 검색에 익숙한 신앙인들은 이제는 챗GPT와 성경과 교리에 대해 대화를 할 것이다. 검색하던 시절 신학적 혹은 신앙적 질문에 너무나 방대한 사이트와 자료가 쏟아져 나와 어느 것이 적절한지 판단하기 힘들고 그 많은 자료를 찾아보는데 시간과 노력이 꽤 걸렸지만, 챗GPT는 엄청난 양의 정보를 종합하고 정리해 알려 주니 얼마나 편리하고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겠는가?

챗GPT는 신앙 대화와 상담까지 가능하다. 물론 아직까지 깊이는 없으므로 전문 상담가로서 기대하기는 시기상조다. 그렇지만 성직자들과 접촉이 쉽지 않은 신자들에게 챗GPT는 편안하게 신앙 상담을 해줄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챗GPT는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윤리적 상황에 신앙인으로서 어떻게 올바로 행동할지 조언해 줄 수 있다.

이처럼 신앙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챗GPT이지만, 여러 문제점과 한계를 지니고 있다. 다른 미디어와 같이 챗GPT는 중독성이 있다. 그것과 끊임없는 대화로 자칫 소진된 인간, 그것에 종속된 인간이 될 수 있다. 신앙인에게 챗GPT 중독은 하느님에게서 더욱 멀어져가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다. 또한 챗GPT는 인간과 나누는 인격적인 친교와 대화를 대신할 수 없다. 인간관계를 형성, 유지, 심화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서로 간의 이해와 공감, 연대감 등 관계적 자원을 주지는 못한다. 특히 챗GPT는 혐오와 편견, 가짜뉴스 등을 확대 재생산하는 도구가 될 소지가 다분하여 타인을 기만하거나 타인의 삶을 파괴할 우려가 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이라도, 양면성이 있게 마련이다. 챗GPT가 인간의 지식과 경험을 향상시키는 최첨단 기술이 될 것인지, 아니면 제어되지 않는 인간의 욕망으로 하느님의 영역을 넘보는 바벨탑이 될 것인지는 결국 인간에게 달려 있다.

챗GPT가 엄청난 파급 효과를 가져온다고 예상할 때 교회는 신학적이고 윤리적인 분석과 해석을 통해 정책적으로 깊이 있게 연구하고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미 교황청은 2020년에 AI윤리를 위한 ‘로마선언’을 발표한 적이 있다. 일종의 AI윤리 지침인데 6가지 윤리적 원칙을 통해 자유와 존엄성이 보호되고 보장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챗GPT 시대에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민수 이냐시오 신부,서울 상봉동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