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가톨릭학교를 찾아서] (23)쌘뽈여자중·고등학교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23-06-05 수정일 2023-06-05 발행일 2023-06-11 제 3347호 20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스스로 배움의 주인 되어 주체적 세계시민으로 성장하도록 동반

다양한 자기개발 프로그램 통해
‘주도적인 학생’ 되도록 이끌어
세계시민의 소양 갖추기 위해
더불어 살기 위한 교육에 집중
긍정일기·강점 검사·봉사활동 등
자신과 타인 사랑하도록 도와

쌘뽈여중고 교정에 들어서면 어디서든 식물을 볼 수 있는데 학생들은 친구, 선생님과 함께 식물을 기르며 생명의 소중함을 체화하고 있다. 학급 화분에 식물을 심고 있는 학생들.

충남 논산시 부창동에 자리한 쌘뽈여자중·고등학교(교장 조미영 수산나 수녀·이하 쌘뽈여중고). 대도시로 인구가 빠져나간 부창동 거리는 문닫은 상점, 낡은 건물만 남아있다. 생명력을 잃은 거리 너머에서 들리는 웃음소리. 소리를 따라가 만난 쌘뽈여중고는 울긋불긋한 꽃과 나무, 직접 심은 식물들이 학생들과 함께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생명력을 잃은 도시에 생명의 씨앗을 심어 가꾸고 있는 아이들. ‘배움과 삶이 하나되는 행복한 학교’라는 쌘뽈 교육의 이상이 현실에서 재현되고 있었다.

주체적인 삶 배우는 배움터

쌘뽈여고는 지역에서 ‘생활하기 녹록지 않은 학교’로 불린다. 창업비즈쿨, 학술제, 사고력 성장 아카데미, 토론대회, 탄소중립 활동까지, 학교 안에서 해야 할 활동이 많기 때문이다. 교과 뿐 아니라 자기개발을 위한 프로그램이 다양하다보니 생활기록부가 풍부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대부분의 활동이 학생 주도적이고 자발적으로 이뤄지다보니 가시적인 성과로 드러난 결과 쌘뽈여고는 지역에서 대학 진학율이 높은 학교로 꼽힌다.

쌘뽈여고 1학년 배온유양은 “NIE 탐구 토론 활동이라던가 진로 특색 활동인 숨빛 탐구 활동, 골든벨 등 여러 활동에 참여하면서 학교 생활이 즐거워졌을 뿐 아니라 생기부도 채울 수 있어서 1석2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쌘뽈여중고가 추구하는 학생상은 ‘마음을 열고 행복한 배움을 위해 주도적으로 노력하는 학생’이다. 이때 방점을 두는 것이 ‘주도적인 학생’이다.

교장 조미영 수녀는 “주체적으로 삶을 결정할 때 아이들은 더욱 성장한다는 것을 쌘뽈여중고에서 경험했다”라며 “축제나 운동회를 비롯한 교내 활동을 학생들 스스로 기획하도록 독려, 세계시민의 한 사람으로 인정을 받은 경험은 아이들이 단단하게 성장하는 힘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세계시민으로서의 소양을 가지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구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교육하기 위해 쌘뽈여중고가 선택한 것이 유네스코 학교다. 2020년 3월 1일 유네스코 학교로 지정된 쌘뽈여중고는 인권, 평화, 세계시민교육과 같은 유네스코 이념을 학교 안에서 배우고 있다. 이러한 가치는 가톨릭학교의 이념과도 연결된다.

태양열을 활용해 상추 수경재배를 하고 있는 학생들

배움과 삶이 하나되는 행복한 학교

세계시민이 되기 위한 소양의 바탕은 더불어 사는 것이다. 쌘뽈여중고 학생들은 가깝게는 친구와, 나아가 지역과 세계 속에서 더불어 살기 위한 배움에 집중하고 있다. 쌘뽈여중고는 오래전부터 지역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하고 마을학교, 지역의 유네스코 자산 등을 활용한 문화공동체 체험을 해왔다. 매년 주제를 달리하는 유네스코 학교의 올해 주제도 ‘마을로 확장하는 지속가능한 학교’다. 올 한 해 동안 쌘뽈여고 학생들은 교과 융합 수업에서 마을 유산을 탐구하는 시간을 갖는다.

논산의 유산을 스토리텔링하는 ‘SP톡파원’, 지역 인구 감소의 원인 분석과 해결 방안을 연구하는 ‘빛내리’, 지역 전염병을 연구하는 ‘유레카’, 지역에서 볼 수 있는 별을 탐구하고 탐사계획을 연구하는 ‘정지수’ 등 12개 동아리가 월 1회 활동할 계획이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방법도 학생들은 학교 안에서 매일 배우고 있었다. 쌘뽈여중고 교정에 들어오면 어디서든 식물을 볼 수 있다. 신발장, 분리수거장, 학생쉼터 등 눈에 보이는 곳곳에 화분이 놓여 있다. 식물에 관심있는 몇 사람이 관리하기 어려운 큰 규모. 개인 화분, 학급 화분을 모두 가지고 있는 쌘뽈여중고 학생들은 친구, 선생님과 함께 식물을 기르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체화하고 있었다. 지속가능한 생활방식을 실천해 온 결과 쌘뽈여중고는 2023년 탄소중립 중점학교에 선정됐다. 탄소중립 중점학교에 선정되면서 학생들의 생활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점심시간에 남기는 음식물이 줄어든 것이다. 참여를 독려하고자 학교는 잔반이 없는 학생에게 스티커를 붙여주고 많이 모은 반에게 상을 수여했다. 학급끼리 경쟁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자 학생들의 참여가 높아졌고, 실제 음식물 쓰레기가 7030L(4월)에서 1010L(5월)로 크게 줄었다.

영양사가 음식물을 남기지 않은 학생에게 스티커를 붙여주고 있다.

긍정과 감사 배우며 행복 찾아가는 쌘뽈 학생들

가톨릭학교에서 빠질 수 없는 기도 시간. 쌘뽈여중고 학생들은 남다른 기도로 하루를 시작한다. ‘평화를 주소서’ 노래를 들은 뒤 세계인을 위해 기도한다. 매일 아침 평화의 의미를 되새기며 세계의 어려운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값진 경험을 통해 학생들은 세계시민으로 성장하는 안목을 키운다.

쌘뽈 인성교육의 또 하나의 핵심 키워드는 ‘긍정’이다. 긍정적인 생각을 통해 학생들의 행복감을 증진하기 위해 쌘뽈여고는 긍정일기 쓰기를 진행하고 긍정심리학 24개 장점 중 개인의 5가지 대표 강점을 찾아보는 대표 강점 검사도 학기초에 진행한다. 또한 자신을 위한 봉사, 타인을 위한 봉사를 실천하는 ‘자봉타봉’을 운영, 자신을 사랑하는 과정에서 자존감과 자신감을 찾고, 나아가 타인에게 사랑을 나누는 활동까지 학생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쌘뽈여중도 삼종기도를 통해 반성과 감사의 마음을 갖는 감사시간을 비롯해 부모님과 선생님에게 감사의 편지를 쓰는 시간을 통해 학교 안에서 긍정적인 경험을 함께 나눈다.

조미영 수녀는 “‘서로 사랑하고 서로 용서하자’라는 교훈은 우리가 선택된 사람, 거룩한 사람, 사랑받는 사람이라는 자의식에서 비롯된다”며 “쌘뽈 학생들이 높은 긍정 의식으로 현재에 감사하며 자신에 대한 희망을 품고 그 희망으로 새 길을 만드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동행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지난 5월 공정 무역의 날을 맞아 공정 거래 물품 구매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들. 쌘뽈여자고등학교 제공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