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구

[특집] 성체조배하기 좋은 교구 내 성지들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23-06-05 수정일 2023-06-05 발행일 2023-06-11 제 3347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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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벗어나는 일상… 고요하고 경건한 성지에서 주님께 경배를

알폰소 리구오리 성인은 “성체조배로 보낸 시간은 일생 중 가장 귀하고 유익한 시간”이라며 “겨우 15분의 성체조배로 얻은 것이 하루 동안 다른 여러 신심 행위들로 거둔 것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을 맞아 성지에서 성체조배를 해보면 어떨까.

■ 성체조배

성체조배는 감실 안에 모셔져 있거나 현시된 성체 앞에서 기도하며 경배하는 신심행위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성체 안에 하느님이 강생하신 그리스도의 실재적 현존을 믿으며 성체께 경배를 드리는 성체조배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성 바오로 6세 교황은 회칙 「신앙의 신비」에서 “성체 조배는 성체 안에 현존하시는 주 그리스도에 대한 합당한 흠숭의 실천, 감사의 뚜렷한 표시, 사랑의 보증”이라며 신자들에게 “기회 있는 대로 성체조배를 하라”고 강조했다.

성당 감실 앞에서도 성체조배를 할 수 있지만, 성체조배실을 이용하면 더 개인적으로 고요하게 성체 앞에 머물 수 있다. 또 일상의 자리에서 조금 떨어진 ‘외딴 곳’인 성지에서 성체조배를 한다면 그 자체로도 피정이 된다. 교구 내 성지에는 성체조배실을 갖춘 성지들이 있다. 바로 미리내성지(전담 지철현 대건 안드레아 신부)와 남한산성성지(전담 김유곤 테오필로 신부)다.

미리내성지 성체조배실 내부.

미리내성지 성체조배실 외부 모습.

미리내성지 성체조배실

외부 조선시대 성문 형상화

김대건 성인 연관된 신앙 공간

■ 미리내성지 성체조배실

미리내성지는 1801년 신유박해와 1839년 기해박해 당시 박해자들의 눈을 피해 숨어든 신자들이 모여 형성된 교우촌이다. 어두운 산자락에서 집마다 밝힌 호롱불빛이 마치 은하수 같다고 해서 은하수의 옛이름인 미리내라고 불렸다.

성지는 1846년 순교한 우리나라 첫 사제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의 무덤이 자리한 곳으로 유명하다. 김대건 성인은 무엇보다 박해로 고통받는 신자들에게 성체성사의 기쁨을 선사한 사제였다. 성인의 시복재판 당시 신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김대건 성인은 “교리를 설명하고 교우들을 가르치는데 기쁨과 열성을 다했고, 큰 열성으로 성사를 집전했다”고 하고, 또 “성사 집전에 엄격했다”고 전해진다. 미리내성지 성체조배실은 성체성사를 통해 신자들을 열정적으로 사목했던 김대건 성인의 마음도 함께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미리내성지의 성체조배실은 지상 2층, 8m 높이의 철근콘크리트 및 한옥구조로, 마치 김대건 성인이 사목하던 조선시대의 성문을 떠올리게 하는 형상으로 건축됐다. 2018년 4월 28일 성체조배실 축복 당시 교구장 이용훈(마티아) 주교는 “성체조배는 천국 문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형상과 같다”면서 “언제 어떤 처지에 있든 성체 대전에 가장 먼저 달려오는 그리스도인 생활의 중심이 되길 바란다”고 전한 바 있다. 미리내성지 성체조배실은 성지 입구 밖에 조성돼 성지 운영 시간이 아니더라도 언제든지 방문해 기도할 수 있다.

남한산성성지 성체조배실 내부.

남한산성성지 성체조배실 외부 모습.

남한산성성지 성체조배실

한국교회 대표적인 순교지

매주 화~일요일 내부 개방

■ 남한산성성지 성체조배실

남한산성성지는 1801년 신유박해 당시 순교한 한덕운(토마스) 복자를 비롯해 1839년 기해박해, 1866년 병인박해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신자들이 순교한 곳이다.

남한산성은 광주 유수부의 행정기관인 치소(治所)가 있던 곳으로, 광주 지역에서 잡힌 신자들을 심문하고 처형하던 곳이었다. 넓을 광(廣)자를 쓰는 지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조선시대 광주는 현재 광주시를 비롯해 서울시 강남·송파·강동·서초구의 대부분의 지역과 성남, 하남, 의왕 등에 이르는 지역이었다.

이 지역은 많은 교우촌이 자리했던 곳으로 수많은 신자들이 잡혀왔고, 그 중 순교한 이들의 수만도 300여 명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성지의 순교자 중 행적이 밝혀진 순교자는 한덕운 복자를 비롯해 김성우(안토니오) 성인의 일가인 김덕심(아우구스티노), 김윤심(베드로), 김성희(암브로시오), 김차희, 김경희, 김윤희와 이천 단내 출신 정은(바오로), 정 베드로 등 36명에 불과하다.

성지의 성체조배실은 성지 성당 2층에 자리하고 있다. 대지면적 380㎡에 연면적 296.29㎡ 규모로 철근 콘크리트 구조와 목구조를 혼합한 한옥 형태의 성당 외부 오른편에는 성체조배실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있다.

성지 성체조배실은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9시~오후 4시30분 개방하고 있다. 성지는 또한 매월 둘째 토요일 오전 11시 성지 성당에서 포도나무 찬미 선교단과 함께하는 찬양미사와 성체강복을 진행하고 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