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독자마당] 주께서 내리신 은총과 축복의 가족 신앙공동체

박정연
입력일 2024-12-26 15:13:19 수정일 2024-12-30 05:51:10 발행일 2025-01-05 제 3424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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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전인 1999년, 선친 바오로 아버지께서는 우리 가족에게 천주교 신앙의 씨앗을 뿌리고 선종하셨습니다. 9남매의 장남으로 어린 시절부터 가장의 역할을 하시면서 홀로되신 모친과 동생들을 건사하며 힘들게 사신 까닭인지 육체의 병적 증상이 나타난 후 급성 혈액암으로 70세에 생을 마감하셨습니다. 임종 전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서도 필사적인 힘으로 세례를 받고 떠나신 것은 저에게 깊은 삶의 감동을 남겨주셨습니다.

지금의 거주지로 옮긴 후 불과 10개월 만의 일이었습니다. 편찮으신 아버지를 위해 본당의 해당 구역 신자들이 지극 정성으로 방문해 기도해 주셨습니다. 덕분에 아버지께서 마지막 가시는 길은 하느님을 믿고 따르는 자녀로 열심히 기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또한 본당 연령회의 친절과 봉사는 천주교에 대한 신뢰를 다지는 기틀이 되었고 이내 저희 부부는 예비신자 교리반에 입교하여 10개월 후에 필자는 대건 안드레아로, 배우자는 데레사로 세례를 받았습니다.

1960년생 동갑내기인 저희 부부는 새로운 인생의 출발이라 여기며 의욕적으로 신앙생활에 임했고 본당에서의 각종 단체에 가입하여 활동을 했습니다. 지금도 활동하고 있는 성모님의 군대인 레지오마리애는 오랜 기간에 걸쳐 신앙의 바탕이 되고 있으며 꾸르실료 과정 이수를 비롯한 복사단, 부부 독서모임, 그리고 성소후원회 및 기타 단체에도 가입해 신앙생활을 성실히 하고 있습니다.

그 까닭인지 2년 터울인 86년생 딸 율리아와 88년생 아들 바오로도 고등학교 시절에 세례를 받고 신앙생활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들이 이제는 결혼을 해서 낳은 2020년생 동갑내기 외손자와 친손녀가 3살 되던 해에 같은 날 스테파노와 스텔라라는 이름으로 유아세례를 받았습니다. 이보다 앞서 며느리는 비비안나로 세례를 받아 아들 가족은 성가정을 이루었습니다. 이제 나의 직계 가족 중에서 사위만 비신자로 남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주일이면 가족들과 함께 미사에 참례할 정도로 신앙에 깊은 관심을 보입니다.

우리 부부가 열심히 해온 신앙생활은 주위에 선한 영향력을 전해 가까운 인척들, 본가의 누님(모니카)과 여동생(체칠리아), 삼촌(바오로), 그리고 처가의 가족들도 차례차례로 세례를 받았습니다. 이제는 친가든 처가든 가족이 모이면 신앙공동체가 되어 성호를 긋고 한마음으로 기도하는 모습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특히 최근에 타계하신 장인(요셉)과 장모님(마리아)의 세례를 위해 저희 부부가 공을 들여 노력한 것은 지금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이 모두가 하느님의 무한하고 크신 축복과 은총의 결과이며, 또한 성령의 보호하심에 따른 신앙의 신비라 믿습니다. 저희 부부는 늘 기뻐하고 감사하며 간절하게 기도합니다. 그 기도는 주님께서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마태 18,20)라는 말씀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라는 약속에서 시작합니다.

지금은 폭풍 성장 중인 두 손주가 식사 전 기도를 바치기 위해 앙증맞고 예쁘게 두 손을 모아 성호를 그으며 기도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삶의 커다란 보람과 기쁨이 되었습니다. 이제 그들에게 더욱더 자랑스러운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되도록 주님께 더욱 의지하며 예쁘게 신앙생활을 하고,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며 더욱 선하게 살아갈 것을 다짐해 봅니다.

글 _ 전재학(대건 안드레아, 인천교구 부천 중3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