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중 천주교 신자 14명…“힘든 이들 너무 많아…희생자와 유가족 위해 기도해 달라”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가 발생한 지 나흘이 지난 1월 1일 무안국제공항. 공항 전체는 침통한 분위기로 가득했다.
1층에 자리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 분향소’에는 새해 첫 날부터 많은 시민이 찾아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일부 추모객들은 분향소에서 눈물을 훔치며 슬픔을 함께 했다.
공항 계단에는 추모객들이 남긴 추모 메모가 가득했다. 카페에는 시민들이 유가족과 봉사자들을 위해 선결제한 내역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세상을 떠난 저희 누나도 누나인데, 여기 힘든 사람들이 진짜 많거든요. 기도 많이 해 주십시오.”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로 하느님 품으로 간 광주KBS 고(故) 김 로사리아(광주대교구 금암본당) 기자의 남동생 김세영(요한 크리소스토모) 씨는 눈물을 참으며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위한 기도를 부탁했다.
이번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김 기자와 목포MBC 고(故) 안 리카르도 PD는 촉망받는 언론인 부부였다. 김 기자는 2024년 제14회 5·18언론상과 이달의 방송기자상을 받았다.
“로사리아는 유아세례를 받고 중학교 2학년 때까지 복사를 설 정도로 신앙심이 깊은 아이였어요. 세월호 관련 취재를 갈 때도 저에게 꼭 기도해달라고 부탁하곤 했죠.”
김 기자의 어머니 임 클라라 작가(광주대교구 금암본당)는 광주대교구 영광성당 십자가의 길 14처를 작업한 조각가다. 남편 김 노르베르토 화가와 함께 교회 봉사활동도 열심히 했다. 이렇게 신심 깊은 임 작가였지만 이번 일로 “하느님이 원망스럽고 내가 잘못 살았나 싶었다”고 애통한 심정을 비추기도 했다.
“딸은 ‘이번 성탄에는 그냥 엄마랑 보냈으면 좋겠어’라고 했어요. 하지만 연말이고 그동안 너무 고생한 걸 아니까 부부가 잘 다녀오라고 떠나 보냈는데 이렇게 돼서…. 그때 끝까지 잡았더라면 안 갔을 텐데…”
칠삭둥이인 김 기자를 하느님께서 주신 아이로 여겼다는 임 작가는 “하늘에서 둘이 행복하게 잘 지낼 거라 믿는다”며 비통한 마음을 달랬다.
광주대교구 장흥본당 신자들도 이날 공항을 찾았다. 이번 사고로 본당 장평공소 고(故) 김길환(프란치스코) 공소회장이 선종했다. 본당 신자들은 본당과 공소 일에 늘 솔선수범했던 김 회장을 떠나 보낸 것에 안타까워했다. 장흥본당 김안숙(엘리사벳) 사무장은 “본당에서 김장을 할 때면 그 많은 절임 배추를 한 해도 빠짐없이 봉헌해 주셨다”고 고인을 회고했다.
광주대교구가 1월 2일까지 파악한 집계와 본지 취재과정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2024년 12월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로 일가족 4명을 포함한 신자 14명이 목숨을 잃었다.
한국교회 주교단과 광주대교구, 서울대교구 등은 사고 직후 애도 메시지를 발표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미사와 기도를 봉헌하고 있다.
광주대교구장 옥현진 대주교는 2024년 12월 31일 광주 5.18민주광장에 마련된 합동 분향소를 찾아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와 주교회의 사제단, 수원교구청 사제단 등은 1월 1일 수원역에 마련된 합동 분향소를 찾아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했다.
박효주 기자 p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