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 인터뷰]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박요셉 씨

황혜원
입력일 2024-12-27 15:50:07 수정일 2024-12-31 15:56:39 발행일 2025-01-05 제 3424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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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본당 오케스트라 창단…음악 통해 주님 전하고파
“손과 귀 다쳤지만, 그럼에도 연주 멈출 순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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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요셉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는 "하느님을 찬미할 수 있는 음악가로서의 삶이 기쁘고 감사하다"고 말한다. 황혜원 기자

“전쟁이 만연한 세상에서 음악은 누구에게도 해를 입히지 않아요. 많은 사람의 영혼과 마음을 따스히 위로해 줄 수 있는 데다 음악으로 하느님을 찬미할 수 있으니, 음악가로서의 삶이 기쁘고 감사합니다.”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로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박요셉(요셉) 씨. 사춘기를 지나던 초등학교 6학년 시절 우연히 접한 라디오로 클래식에 입문한 그. 본격적인 음악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 건 베토벤 소나타의 영향이 컸다. 중학교 3학년, 음악을 전공으로 시작하기엔 비교적 늦은 나이였지만 밤낮으로 연습에 매진한 결과 입시에 성공해 음악가로서 본격적인 길을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음악을 더 깊이 공부하기 위해 오른 미국 유학길에서 예상하지 못한 암초를 만났다. 생활비를 아끼려 구매한 저렴한 휴대폰이 화근이 됐다. “통화를 하는데 순간 휴대폰에서 기계음 같은 큰 소리가 울리더니 귀가 들리지 않았어요. 며칠 동안 귀가 아팠는데 그저 괜찮아 질 거라 생각하며 기다렸죠. 하지만 한번 다친 신경은 돌아오지 않더라고요.”

절망에 빠진 그를 잡아 준 것은 신앙이었다. 겨우 마음을 다잡고 음악에 다시 집중하던 때 설상가상으로 건반 위를 자유롭게 유영하던 손가락마저 다쳤다. 통증으로 인해 오른쪽 새끼손가락을 마음대로 쓸 수 없게 됐다.

음악가에게 생명과도 같은 귀와 손가락에 영구적 손상을 입었지만, 그는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연주한다.

“왜 이런 시련을 주시느냐고 하느님을 많이 원망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하느님은 제가 원하는 걸 주시기보다 저에게 맞는 것을 주신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 뜻에 따라 살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알았죠. 신앙이 없었다면 깊은 절망 속에서 어떻게 헤쳐 나올 수 있었을까 생각해요. 지금은 제 삶에 음악이 계속해서 이어지기만을 바랄 뿐이에요. 음악 속에서 하느님을 계속해서 만나고, 많은 사람에게 나누고 싶으니까요.”

그는 피아노 독주회뿐 아니라 그가 다니는 서울 서초동성당에서 첼룸 챔버 오케스트라&콰이어를 창단해 이끌고 있다. ‘하늘’이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첼룸’을 붙여 천상의 아름다움을 음악으로 표현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종교 음악에만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서양 음악 레퍼토리를 연주하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서양 음악의 출발점은 종교 음악이에요. 반드시 종교 음악이 아니더라도 연주하는 곡들에서 모두 하느님을 느낄 수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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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요셉 지휘자가 첼룸 챔버 오케스트라와 연주하고 있는 모습. 박요셉 제공

개인 연습과 더불어 대학교 출강 등으로 바쁜 일상이지만 대부분이 가톨릭 신자로 구성된 30여 명의 단원들과 하느님 안에서 함께하며 다양한 음악을 나눈다. 지금은 단원들과 2월 성남에서 앞두고 있는 공연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부족한 실력임에도 어려서부터 성당의 미사 반주를 맡아서 하곤 했어요. 덕분에 언제나 음악 속에서 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 성당과 음악은 저에게서 뗄 수 없는 것들이에요. 모두 제 삶과 깊이 연관되어 함께 맞물려 돌아갈 수밖에 없죠.”

그는 음악가로서의 바람도 드러냈다. “유럽에 가 보면 모두에게 성전을 열어 놓잖아요. 때론 그 안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가들의 연습, 연주 소리에 치유를 받기도 하고요. 음악은 종교가 없거나 다른 사람들도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창구라고 생각해요. 성당이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 되고, 성당 내에서의 음악이 더 활성화된다면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하는 음악이 청중들에게 감동으로 닿기를, 또 하느님에게 기쁨으로 닿기를 희망해요.”

 

황혜원 기자 hhw@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