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육아에 부정적 측면 부추기는 TV 프로그램 증가세 “혼인에 대한 오해 여지 불러…생명의 문화 확산 위한 대중매체 노력 필요”
“아내는 평소 무조건 아침 9시가 넘도록 자고 있어요. 아이 등원에 늦는다는 전화가 와 깨우면 ‘그건 네 사정이잖아’라고 하죠. 그것 때문에 매일 싸워요.”
결혼과 육아를 지옥으로 표현하는 TV 프로그램이 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독신 생활 혹은 돌싱 라이프를 긍정적으로 다룬 프로그램까지 합하면 약 10개의 결혼과 육아에 부정적인 TV 프로그램이 방영 중이다. 이러한 TV 프로그램들은 대중의 가치관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미디어의 속성에 의해 사람들의 결혼과 육아에 대한 인식에 안 좋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우리나라의 혼인율과 출산율은 모두 하락세이다. 2013년 32.3만 건이었던 혼인 건수는 10년 뒤인 2023년 19.4만 건으로 줄었다. 합계출산율은 2015년 1.24명에서 2023년 0.72명으로 떨어졌으며 기혼여성 중 무자녀 비중은 2010년 4.4%에서 2020년 8.4%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에서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이에 대한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부부 갈등 TV 프로그램이 결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은 64%로 긍정적이라는 응답(16%)의 4배에 달했다. 육아 문제를 다룬 TV 프로그램이 출산과 육아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응답도 72%로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응답 9%의 8배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TV 프로그램 축소를 주장하는 의견이 우세했다. 부부 갈등 TV 프로그램은 46%가, 육아 문제 TV 프로그램은 58%가 현재보다 줄어들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는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이어서’가 38%, ‘과도한 설정이나 편집으로 현실을 왜곡해서’가 31%로 조사됐다.
주교회의 가정과 생명 위원회 총무 진효준(요셉) 신부는 “최근 부부 갈등과 양육의 어두운 면만을 집중 조망하는 TV 프로그램들은 혼인의 이점보다는 문제점만을 부각하여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이 말씀하신 ‘죽음의 문화’를 또 다르게 양산한다”며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시청률 때문에 자극적으로 연출된 것이 다반사이지만 방송을 시청하는 미혼자들과 출산을 준비하는 이들은 이것이 혼인의 현실이라고 오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진 신부는 이어 “대중매체는 ‘죽음의 문화’가 아닌 ‘생명의 문화’를 확대하며 혼인과 출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프로그램을 제작·방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사랑의 기쁨」 39항에서 제시된 ‘일시적인 문화’를 언급하며 “‘일시적인 문화’를 넘어서는 혼인의 ‘평생 서약’은 함께 나이 들어가며 서로를 돌보고 힘이 되어주며 ‘생명의 문화’를 창조하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박효주 기자 p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