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세계청년대회는 팬데믹이라는 극적인 경험 이후 진정한 재출발의 신호탄이 되었습니다. 사실 이 국제적인 만남의 성공 여부를 두고 교회 내에서는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일부는 팬데믹 이후로 대규모 국제 모임의 시대가 끝났다고 생각했으며, 다른 이들은 청(소)년들의 참여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교회는 다시 한번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걸었고, 이는 올바른 선택이었음을 증명해 보였습니다. 이 행사가 끝난 후, 분위기가 마침내 바뀌었다는 것을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도 잘 언급하셨습니다. “이번 세계청년대회를 통해 하느님께서는 반대 방향으로 ‘추진력’을 주셨습니다. 이 대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대륙을 넘어 청년들이 다시 대장정을 시작하는 새로운 출발점이 됐습니다.”(2023년 8월 9일 일반알현)
세계청년대회는 새로운 시작입니다. 방향을 전환한 이 새로운 출발이 한국의 청(소)년 사목과 교회에도 해당되기를 희망합니다. 우리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리스본 세계청년대회의 마지막 날,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에 모든 청년들에게 전하신 ‘사명’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며 다시 출발할 수 있습니다.
“‘주님, 저희가 여기에서 지내면 좋겠습니다.’(마태 17,4) 이는 주님의 거룩한 변모 때 사도 베드로가 예수님께 드린 말씀입니다. 세계청년대회 동안의 강렬한 시간을 보낸 후 우리 역시 이 말씀을 우리 것으로 삼고 싶어합니다. 예수님과 함께한 이 시간이 얼마나 좋은지, 우리가 함께 경험한 것들이 얼마나 좋은지, 그리고 온 마음의 기쁨으로 기도한 것이 얼마나 좋은지 새삼 느낍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렇게 물을 수 있습니다. 일상으로 돌아가면서 우리는 무엇을 가지고 갈까요?”
첫 번째는 ‘빛나는 것’입니다. 복음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분의 얼굴은 해처럼 빛나고”(마태 17,2). […] 우리의 하느님은 빛을 주십니다. 우리의 시선을 비추시고, 우리의 마음을 밝히시며, 우리의 생각과 삶 속에서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열망을 비추십니다.
두 번째는 ‘듣는 것’입니다. 산에서 빛나는 구름이 제자들을 덮습니다. 그리고 그 구름 속에서 아버지께서 말씀하십니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마태 17,5). 삶에서 해야 할 모든 것이 이 말씀에 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듣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무엇을 말씀하시는지 귀 기울이십시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단어는 ‘두려워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것은 거룩한 변모 때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하신 마지막 말씀입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태 17,7)
빛나고, 듣고, 두려워하지 않는 것. 이 간단하지만 소중한 프로그램은 모든 청(소)년뿐 아니라 교회 전체를 위한 것입니다. 이는 분명한 과업이며,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선언문이자, 청년들과 성인들 사이에서 참여와 공동책임을 만들어갈 관점을 제시합니다.
글 _ 박상일 대건 안드레아 신부(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수원교구대회 준비위원회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