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세상을 거스르는 희망

이주연
입력일 2024-12-30 10:09:21 수정일 2024-12-30 11:59:36 발행일 2025-01-05 제 3424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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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만 알려드리는 신년 운세’, ‘나의 타고난 결혼 상대는’, ‘오늘 하루 나의 기운은’ 등등.

점술 관련 취재를 하다 들여다보게 된 점술 애플리케이션(앱)은 시작 화면에서부터 눈을 끌었다. 마치 놀이를 하듯 ‘올해의 비밀은 무엇인지’, ‘운명의 흐름은 살풀이가 해답’이라는 식으로 클릭을 유도했다.

‘운세’라는 말에서 풍기는 다소 무거운 분위기가 아닌 경쾌함을 주는 광고 문구들…. 월간 고유 방문자 수가 많은 운세 점술 앱 1등 공신이 2030세대라는, 또 지속적으로 앱을 이용하는 고객이 젊은 층이라는 말을 대변해 주는 듯했다. 익명성을 보장하면서 간편하게 미래에 대한 불안과 기대감을 풀어주는 도구로 청년들에게 선호된다고 했다. 앱에서 뿐만 아니라 대형 플랫폼에서도 운세 서비스는 인기다. 요즘은 AI가 점사를 녹음 요약도 해주고, 문서로도 정리해 준단다. 점술업 특성상 전문성이나 신뢰성에 의문을 가질 수 있음에도, 호황이 이어지는 것은 그만큼 특히 젊은이들에게 시대가 주는 불안이 크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것은 한편 기성 종교가 사회적 정화작용을 하지 못하고 위로를 주지 못하고 있다는 뜻일 수도 있지 않을까. 최근의 인문학 열풍이나 명상, 요가 등 종교성을 띤 취미 활동이 많아지는 것도 사람의 타고난 종교성을 ‘종교’가 제대로 역할을 해주지 못하고 매력으로 다가서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한 전문가 분석이 떠오른다.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시대, 위로와 안정감을 찾는 이들이 점술 도구에 문을 두드리는 팍팍한 세태다. 12월 29일 거행된 올해 정기희년 개막 예식에서 주제곡 ‘희망의 순례자들’을 부르며 많은 상념이 일었다. 희년은 모두에게 세상을 거스르는 용기와 희망의 불꽃이 되어야 하리라.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