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대한민국은 '성 상품화 공화국'?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09-07-28 수정일 2009-07-28 발행일 2009-08-02 제 2659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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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브레이크 없는 선정성의 유혹
아슬아슬하다. 보일 듯 말 듯한 ‘한 뼘짜리’ 옷은 기본이다. 인기 연예인의 옷차림을 따라한 것이란다. 더운 여름, 누구나 한 번쯤 감행해보고 싶어 하는 노출의 기운이 최고조에 달한 시기다.

그런데 벗겨도 너무 벗겼다.

‘노출의 성수기’를 놓치지 않고 더더욱 선정성에 매달리는 각종 매체들 말이다. ‘난 비키니를 풀 테니 넌 긴장을 풀어’라는 멘트 정도는 애교 수준이다. 노골적인 신체 노출을 앞에 두고 ‘후끈 달아오른다’ ‘아찔한 유혹이다’라는 표현을 서슴없이 내뱉는다. 일반 광고에서부터 안방극장을 차지하는 드라마와 코미디 프로그램까지 선정성이 스며들지 않은 분야가 없다. 그래도 시청률이 올라가니 ‘괜찮다’고 한다.

성을 직간접적으로 이용해 이윤을 추구하는 행위 ‘성 상품화’. 각종 매체를 통해 교묘히 파고드는 성 상품화의 위험성은 일반인들의 걱정과 우려의 수준을 넘어섰다. 브레이크 없는 매체들의 성 상품화에 우리의 성 의식과 인간의 존엄성은 더욱 희미해져간다.

한 누디티(Nudity, 노출 혹은 나체라는 의미) 가수의 뮤직비디오가 ‘야동(야한 동영상)같다’는 비판대에 올랐다. 그런데 이 가수의 응답은 “옷 벗는 거 하나도 두렵지 않아요”다.

중학생 여자모델은 세미누드를 찍고 당당히 나섰다.

알몸뉴스라 불리는 ‘네이키드 뉴스(Naked News)’의 방문객 수가 100만 명을 훌쩍 넘겼다. 서비스 시작 한 달여 만의 결과다.

각종 광고는 물론 드라마, 영화, 게임, 모바일 화보 등 어느 매체나 선정성 논란을 피해가지 못한다. 더욱이 케이블 TV 리얼리티 프로그램 등의 선정성은 고개를 돌릴 정도지만, 그 어떤 지적에도 자신들의 노선을 고수한다. 신체 노출은 기본, 막말과 폭력성은 덤이다. 더욱 큰 문제는 선정성 논란이 그저 논란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 현실이다. 형식만 다른 매체들의 그릇된 내용을 올바른 거름망 없이 홍보(?)하고 있는 자칭 저널리즘들의 행태는 더욱 무분별하다.

제작자들이나 출연자들은 논란의 대상이 돼도, 심의에 걸려도 아랑곳하지 않을 정도다. 선정성이 부각된 마케팅이 보는 이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기에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법률로 제작?배포가 금지된 것쯤은 넘어설 수 있는 울타리로 전락했다.

성 상품화는 이렇게 상업적인 이해관계와 대중매체의 조작 등에 의해 나타난다. 인격적인 부분인 성이 상업주의적 전략에 의해 알게 모르게 상품으로 판매되는 것이다. 성 상품화는 특히 여성을 성적 도구로 전락시키고 왜곡된 성문화를 야기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각돼왔다.

게다가 최근엔 여성들이 문화구매자들로 떠오르면서 남성 성의 상품화도 가속화되는 문제점도 지적된다. 그래도 겉으로 드러나는 선정성은 차라리 판단하기 쉽다. 일반인들은 대개 현란한 몸짓이 담긴 음료수 광고나 아파트 광고, 여성의 몸매를 이미지로 대치한 구두 광고, 수영복 입은 여성으로 대표되는 타이어 광고 등은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 키스 아르바이트 등이 횡행하는 것도 성의 상품화로 인식하지 못한다. 호기심과 모방심리가 왕성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해도 별 제재를 취하지 않는다.

매체를 통해 각인된 이미지들은 여간해선 잘 잊혀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청소년은 물론 성인들의 가치관과 생활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가톨릭교회는 성을 잘못 이해하거나 악용하는 사회문화 정화를 위해 성의 참 가치를 확산하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고 가르친다. 하지만 교회에 대해 보다 실질적인 사목 지원과 사회 거름망 역할에는 소극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한국 틴스타 대표 배마리진 수녀는 “성이라는 것은 사람의 시선을 가장 잘 끌고 유혹할 수 있는 강한 메시지를 준다”며 “현대 사회가 만들어내는 성적 세력은 왜곡된 성 의식을 확산하고 그것이 마치 성의 자유화인 것처럼 포장한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배 수녀는 “아름답고 거룩해야 할 성의 가치를 도구화하는 행동에 대한 개선과 시선의 회복이 없는 한, 잘못된 성의 결과는 육체적·심리적·사회적·영적으로 원치 않은 고통을 퍼뜨린다”며 “개개인이 생명과 사랑을 바탕으로 하는 성의 의미를 잊지 말아야함은 물론 합리적인 지식 못지않게 성에 대해서도 가치관과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제공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주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