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글로벌칼럼] 간디의 ‘소금 행진’에 나서는 교황청 직원들

최용택
입력일 2024-10-24 수정일 2024-10-28 발행일 2024-11-03 제 3415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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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 추종자들과 소금 행진에 나서는 간디. 출처 위키미디어

영국 정부가 인도인에게 소금 생산을 금지시키고 과중한 세금이 매겨진 영국산 수입 소금만을 사용하게 하자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는 1930년 ‘소금 행진’에 나섰다. 이 소금 행진을 계기로 간디는 여러 다른 활동을 이어가 결국 영국의 식민 지배를 끝냈으며, 17년 뒤 인도는 독립했다. 이후 ‘소금 행진’이라는 말은 불합리한 체제의 전복을 이끄는 비폭력 시민 불복종 운동의 대명사가 됐다.

교황청 직원들의 노동조합이라고 할 수 있는 한 조직의 새로운 지도자가 ‘소금 행진’에 나선다. 교황청의 평신도직원협회(Association of Lay Employees)의 파올라 모나코 신임 사무총장은 10월 18일 공개서한을 발표하고 “우리는 계속해서 인간적, 그리스도교적 가치를 지키고 이를 따르기 위해 ‘소금 행진’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평화롭게 행진에 나설 것이지만, 구조를 개조하는 데에는 단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부분 언론은 현재 진행 중인 세계주교시노드 마지막 회기에 집중돼 있지만, 지난 10월 16일 열린 평신도직원협회 실행위원회 회의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회의에서 모나코 사무총장이 선출됐고 장기적 관점에서 중요한 결정들이 이뤄졌다. 달리 말하면, 세계주교시노드에서는 교회 안에서 참여와 권한의 나눔 등에 대한 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으며, 노무와 경영과 관련해 교황청에 대화를 요구하고 있는 평신도직원협회는 이 논의가 이뤄질 지에 대한 시금석이 될 수 있다.

모나코 사무총장은 공개서한에서 “우리 평신도직원협회의 목표는 상급자들과 새 시대를 향해 함께 걸어가는 것”이라면서 “양측이 한자리에 앉아 계급의 차이를 넘어서 서로의 존엄을 존중하는 대화를 통해 공정하고 만족할 만한 해결책을 찾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직원들의 목소리가 더 이상 무시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위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해 강요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일”이라고 덧붙였다.

솔직하게 말해 교황청의 실상에서 평신도직원협회의 이러한 비전은 영국의 지배에서 벗어나 해방된 인도를 바란 간디의 비전만큼 이루기 어렵다. 얼마 전 교황청 고위 관리들이 전 세계에서 온 전문가들이 경영에 대해 논의하는 한 세미나에 초대됐다. 한 최고위급 관리는 이 초대장을 비웃으면서 당시 자신의 사무실에 찾아온 사람들에게 “경영은 간단하다”면서 “내가 명령을 내리면 하급자들은 이를 따르면 된다”고 말했다. 모나코 사무총장과 평신도직원협회는 이런 사고방식에 직면해 있다.

오랫동안 평신도뿐만 아니라 성직자와 수도자를 포함해 교황청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을 알고 지냈다. 이들은 하나같이 창의성은 무시되는 경직된 업무 환경을 지적했고, 타 부서와의 소통과 협업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상급자들은 그저 명령하고 통제하는데 급급하다고 한탄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교황청을 떠났고, 다른 이들은 현상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일하고 있다. 용감한 몇몇은 시스템을 바꾸려고 고군분투했지만 대체로 이렇다 할 효과는 없었다. 하지만 이제 세 가지 다른 상황 때문에 모나코 사무총장은 유리한 입장에 서있다.

먼저 교황청은 재정 상황이 심각해 직원들의 월급도 줄어들 판이다. 남아 있는 직원들은 더 열심히 더 똑똑한 방법으로 창의력을 발휘하고 다양한 일을 해야 하는데, 교황청은 이들이 필요하며 따라서 이들 직원의 영향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둘째는 이렇다. 교황청은 이탈리아의 높은 청년 실업률의 영향을 받았다. 2014년에는 43.6%까지 올라갔다. 이런 맥락에서 24세 이하 청년 둘 중 한 명은 직장을 구하지 못했고, 많은 청년들은 적은 임금에 만족스럽지 못한 일을 해야만 했다. 현재 이탈리아 청년 실업률은 18.3%이고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유럽연합에서도 낮은 이탈리아의 출산율 탓에 청년 인구가 줄고 있으며, 이들은 직장을 선택할 기회가 더 많아지고 있어 교황청은 직원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마지막 세 번째는 대화와 시노달리타스를 설파하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이를 직원들에게 적용하지 않으려는 교황청의 불일치다. 어느 순간 이러한 인지부조화는 지속가능하지 않게 될 것이고 무언가 바뀌어야 할 것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이런 것들이 모나코 사무총장이 말하는 ‘새 시대’가 가까이 왔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지구상 어떤 기구도 개혁을 기다리지는 않는다. 교황청처럼 말이다. 하지만 간디가 1930년 3월 12일 사바르마티 아슈람에서 몇몇 추종자들과 ‘소금 행진’을 시작했을 때 그 누구도 대영제국의 몰락을 예상하지 못했다.

모나코 사무총장과 교황청의 평신도직원협회가 교황청에서 이와 비슷한 업적을 이뤄내려고 하는 모습은 흥미롭다. 성공 여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아마도 이들의 노력은 적어도 이번 세계주교시노드 결과로 생기는 변화보다는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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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_ 존 알렌 주니어
교황청과 가톨릭교회 소식을 전하는 크럭스(Crux) 편집장이다. 교황청과 교회에 관한 베테랑 기자로, 그동안 9권의 책을 냈다. NCR의 바티칸 특파원으로 16년 동안 활동했으며 보스턴글로브와 뉴욕 타임스, CNN, NPR, 더 태블릿 등에 기사를 쓰고 있다.